지난해부터 러닝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러너스 하이'라는 말도 유명해졌습니다. 러너스 하이란 장시간 지속적인 운동 중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뇌에서 엔도르핀 등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나타나는 심리적인 상승 상태를 뜻합니다. 러너스 하이에 이르게 되면 행복감이나 황홀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러너스 하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느낌과 같다"라고 표현합니다. 'SNL 코리아' 프로그램의 러닝크루 에피소드에서도 "어, 나 러너스 하이 올 것 같아"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말, 저에게도 러너스 하이를 느낄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난생처음 마라톤에 참가하게 된 겁니다. 제가 참가한 마라톤은 뉴스토마토가 주최로 함께한 'DMZ 평화마라톤'이었습니다. 내심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처음이니까 긴장도 됐습니다. 그러나 유산소 운동을 기피해 온 저로선 러너스 하이가 신기루 내지는 환상이 아닐지 의심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더 정확히는 러너들이 심리적 보상을 느끼고 싶어서 하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DMZ 평화마라톤이 열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러너들을 보고 있자니 시작 전까지 긴장 상태가 유지됐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전문 러너로 보이는 일부 사람들은 마라톤이 시작하기 전부터 공원 여기저기를 뛰며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이니까 제일 짧은 5㎞ 코스를 신청했지만 도통 자신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막상 마라톤이 시작되자 '빨리 뛰고 쉬어야지'라며 마음을 붙잡게 됐습니다. 30분만 뛰면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뒤 주문으로 삼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처음 1㎞까지는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이후부터는 왠지 모를 흥이 났습니다. 중간에 앞에서 뛰던 사람들을 제쳤을 때도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러닝 전문가로 보이는 참가자들이 눈앞을 지나쳐 빠르게 뛰어갈 때는 왠지 모를 승부욕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도착지가 눈에 보였습니다. 이내 발걸음은 빨라졌습니다.
최종 기록은 34분58초! 러너들 사이에서 꽤 늦은 기록이지만, 뿌듯했습니다. 만족스러운 첫 마라톤 기록입니다. 내년에는 30분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러너스 하이를 느끼기엔 부족했을지라도 제 자신에게 한마디 건네려고요.
"오늘도 해냈다!"
20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2025 DMZ 평화마라톤이 시작된 모습.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