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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의 꿈'은 누구의 것인가
입력 : 2025-04-21 오후 3:59:54
퇴근길 지하철, 이른 저녁 시간인데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눈에 띕니다. 팀 로고가 박힌 모자와 유니폼, 응원봉까지 챙긴 팬들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4월인데도 야구 열기는 이미 한여름 같습니다.
 
올해 KBO리그는 개막 60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만큼 팬들의 열기가 뜨겁다는 증거이지만 이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기 위한 티켓을 구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유료 회원 중심으로 진행되는 '선예매 전쟁'에 이어 암표 거래, 온라인 사기까지 겹치면서 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는 길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서지만 문제는 그 길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잠실야구장 근처에서는 일부 노점 상인이 "좋은 자리가 있다"며 테이블석을 정가의 세 배에 팔겠다고 소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암표상과 연결만 해준다"고 하지만 사실상 불법 거래를 중개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웃돈을 얹어 티켓을 팔겠다는 글이 넘쳐나고 이를 노린 사기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 피해자는 "사이트 화면이 너무 진짜 같아서 속았다"며 아들과 함께 야구 경기를 보려다 사기를 당한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개막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금융사기 피해 신고만 700건을 넘겼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사복 경찰들이 경기장 주변에서 단속을 벌이지만 암표상들은 은어를 쓰며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현장 거래는 경범죄로 분류돼 벌금 20만원에 그쳐 사실상 실효성 있는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티켓 구하기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선예매 계급제'입니다. 일부 구단은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예매 우선권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등급에 따라 선예매 시점을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는 '선선선예매' 제도까지 도입했으며 LG 트윈스는 멤버십 가격을 2만원에서 10만원으로 대폭 인상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사실상 '계급'에 따라 티켓을 먼저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일반 팬들에게 예매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심지어 일부 구단은 경기장 좌석 수보다 유료 회원 수가 더 많아 일반 팬은 아예 티켓을 구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결국 인기 좌석을 독점하려는 '선예매 계급제'와 그 틈에서 생겨난 암표와 사기 문제는 진짜 팬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고 있습니다. 프로야구가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흥행' 그 자체보다 '공정한 접근성'을 먼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직관의 기쁨은 특정 등급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팬들의 권리여야 합니다.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신사 스퀘어 성수4에서 열린 KBO 팬 페스타(FAN FESTA)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구단별 인기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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