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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금융사 지배구조법' 왜 있나
입력 : 2025-03-05 오후 6:02:08
주주총회의 달 '3월'이 도래했습니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 역시 주총 준비에 바쁩니다. 통상 주총을 앞두곤 이사회에 이목이 쏠립니다. 회사 업무 집행에 관련한 의사결정과 경영진 감독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사회 독립성은 기업 투명성 유지를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객관적으로 기업 경영을 감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특정 최대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 이익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금융사들은 이사회 독립성 침해 우려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지난 2016년 8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금융사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 선임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으나,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역대 최연소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중현 대표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습니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이사회 의장의 과도한 의결권 직접 행사가 도마 위에 올랐으나, 여전히 '효율성'을 이유로 대표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보험은 최대주주이자 각자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합니다. 이 밖에도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현대해상화재보험 역시 그룹 오너(소유주)이자 최대주주인 김남구 회장과 정몽윤 회장이 의장으로서 이사회를 주무릅니다.
 
총수 일가 영향을 받는 비 은행계 금융지주가 유독 이사회까지 지배하려는 모습인데요.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16년 8월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모순된 조항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법 제13조 1항은 금융회사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 선임하도록 규정하지만, 같은 조 2항에 예외 원칙을 뒀습니다. 사유 공시, 선임 사외이사 선임 등의 조건하에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43조도 무의미한 실정입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이 아니면서 선임 사외이사를 두지 아니할 시 해당 금융사에 1억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지만, 처벌 수위도 낮을뿐더러 대형 금융사 입장에선 거수기에 그치는 선임 사외이사를 두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사회 의장이 선임 사외이사보다 더 막대한 권한을 가진 데다 선임 사외이사 주요 권한인 사외이사회 소집 등은 실제로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럴 거면 금융사 지배구조법, 왜 있나요. 허울뿐인 법 아래 이사회 독립성은 앞으로도 계속 침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사 경영진들은 '효율성'을 이유 삼아 총수 일가의 이사회 장악을 지속할 것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법철학자인 액튼 경이 남긴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실제로 금융권에서 일어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6월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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