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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블록버스터 일관된 R&D 투자 관건
입력 : 2025-03-04 오후 4:57:10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국내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탄생했습니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가 그 주인공이죠.
 
2003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첫 허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에 나선 지 22년만에 이뤄낸 쾌거입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연 매출이 1조원이 넘었을 때 붙는 수식어입니다.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인 램시마는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으로 지난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데 이어 2016년에는 FDA 승인을 받았죠. 최근까지 램시마는 100개 이상 국가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유럽에서는 출시 4년 만에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을 추월했습니다.
 
작년 한 해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전세계에서 1조2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자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는 차기 블록버스터 탄생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매출 구조상 지금까지 취약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R&D 투자 여력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전무했습니다. 제2의 램시마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R&D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 역량 고도화가 전제 돼야 할 것입니다.
 
상위 제약 바이오사들의 경우 재무적 부담에도 매년 전체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죠. 신약 개발 성과가 단기간 나오는 것도 아니고, 투자한 비용과 시간만큼 성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 신약 R&D는 위험부담이 높은 사업 분야입니다.
 
특히 글로벌 신약을 개발은 주요 국가의 규제기관 승인까지 염두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죠. 신약개발 평균 10~15년, 전임상 성공확률은 3%, 1상은 5%에 불과하다고 알려집니다.
 
정부와 산업계가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2개, 50대 제약사 3곳을 배출해 세계 6대 제약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호기롭게 내놨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현재까지 국산 신약은 총 38개에 불과하고 정부의 R&D 지원도 미미한 수준이죠.
 
특히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R&D 지원 없이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기대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입니다. 지난달 28년 동안 운영되던 국가지정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는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재정 악화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R&D 삭감 때문이었죠. MedRIC는 한국연구재단 산하의 의학·치의학·간호학 분야 전문연구정보센터로 국내 연구자들에게 기초연구에 필수적인 연구지식 정보를 수집·가공·재생산해 기초연구 활성화를 도모하는 기관이었죠.
 
기초과학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도 없이 무작정 R&D 혁신,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산, 민관협력 강화만 외치는 것은 공허한 말 잔치에 불과합니다. 국내 최초로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했다고 섣부른 희망에 들떠있을 게 아니라 국내 신약 개발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책을 제대로 내놔야 할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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