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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냐, 현지 공장이냐
입력 : 2025-02-24 오후 5:56:18
(사진=뉴시스)
 
미국 발 관세 인상 압력에 제약바이오 업계도 비상에 걸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의약품 관세 관련 질문에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을 통해서도 반도체, 철강 등 품목과 함께 외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죠. 현재 의약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필수품으로 분류돼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관세 폭탄을 피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잠깐 나왔지만, 여지없이 깨지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는 예고 외에 현재까지 세부 기준과 대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초긴장 상태입니다.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진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2012년부터 발효된 한미 FTA에 따라 한국은 면세로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의약품 대미 수출액은 약 2조원(약 15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전체 의약품 수출의 약 16%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부터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해왔죠. 복제약은 오리지널 제품보다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도 쏟아졌죠.
 
하지만 이는 희망 고문에 불과했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관세 장벽을 높이며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관세 폭탄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현지 공장 신설입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늘려 수출 물량을 낮추는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기업 생태계에는 악영향을 미칩니다.
 
대형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미국 현지 제조,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했지만, 대부분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당장 현지 생산 시설 확보하기 어렵고 비용 부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국내 고용 시장 악화를 초래해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생산 공정 시설들이 해외로 빠지면서 국내 고용 시장은 위축되고, 대미 수출 급감 여파로 기존의 일자리마저 사라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경계해야 일이죠. 독일에서는 트럼프 발 관세 쇼크로 최대 30만개의 일자리가 증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우리 경제가 입을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투자 기회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할 방안을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찾아야 할 것입니다. 위축될 대로 위축된 국내 투자시장에 실낱같은 기회가 사라지는 걸 그저 지켜보는 지경까지는 가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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