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했습니다. 주식 투자자들로서는 한국거래소(KRX)의 경쟁 상대가 생겨 더 유리한 쪽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됐단 사실보다는, 저녁 8시까지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된 효용가치가 커 보입니다. 다만 제도 초기 변동성은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 저녁 뜬소문으로 주가가 급등락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SOR, 투자자 유리한 거래소로 알아서
4일 넥스트레이드가 개장식을 갖고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개장식에 맞춰 오전 10시부터 주식 거래를 시작했지만 5일부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엽니다.
이날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은 10개 종목만 NXT에서 병행 매매가 가능합니다. 코스피에선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 △LG유플러스 △S-Oil, 코스닥은 △골프존 △에스에프에이 △동국제약 △와이지엔터 △컴투스 등 각 5종목입니다.
3주차엔 코스피, 코스닥 각각 50종목씩 늘려 110종목으로 증가하고, 4주차엔 350종목(코스피 200종목+코스닥 150종목)이 거래 가능합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1~3위 종목들은 이때나 포함될 예정입니다. 마지막 5주차인 3월31일부터는 800종목으로 불어나는데, 이때는 코스닥 종목수(420종목)가 코스피(380종목)보다 많아집니다.
증권거래소가 2개로 늘었다고 해서 매매가 복잡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증권사의 매매시스템(HTS 및 MTS)엔 시세, 주문, 차트 등의 화면에 통합시세, KRX 시세, NXT 시세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생성된 상태입니다. 원한다면 시세, 주문 화면에서 각각 선택해서 볼 수 있고 주식 주문도 지정해서 할 수 있습니다. KRX와 NXT의 시세가 동일한 것이 아니므로 계속 관찰하면서 더 유리한 쪽에 주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투자자가 따로 어느 거래소를 지정하지 않는 경우 스마트주문시스템(SOR, Smart Order Routing)으로 주문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이 두 거래소를 비교해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주문을 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양 시장의 호가를 비교하며 지켜볼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정규장 시간 중에 NXT를 지정해 매매 주문을 냈는데 해당 주문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NXT 거래시간이 끝나는 저녁 8시까지 이 주문이 유지된다는 사실만 알면 됩니다.
장마감 후 공시·풍문에 NXT서 급등락 '위험'
(그래픽=뉴스토마토)
NXT의 진가는 정규장이 끝난 후부터 발휘될 것으로 보입니다. KRX에선 동시호가 10분을 진행해 오후 3시30분에 정규장을 마감합니다. 이후 3시40분부터 4시까지 시간외매매를 진행하고, 4시부터 6시까지 시간외 단일가 매매가 이뤄집니다.
NXT는 정규장이 3시30분에 마감한 뒤 10분간 시가 단일가 매매를 적용한 뒤 3시4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애프터마켓이 진행됩니다.
이 경우 3시40분부터 오후 6시까지는 양 시장의 거래시간이 또 겹치는데요. 이것을 교통정리하기 위해 NXT에서 거래 가능한 종목은 KRX의 시간외단일가 매매에서 제외됩니다. 즉 주식시장에 상장된 800개 주요 종목들은 오후 3시40분부터 8시까지 NXT에서 거래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 KRX가 완전히 멈춰서는 오후 6시부터는 오직 NXT의 시간입니다.
이 때문에 예상되는 우려도 있습니다. 상장기업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하는 공시가 대부분 정규장이 마감한 이후이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공시 내용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이 끝난 후에 공시를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거래소만 있을 땐 이 공시가 다음날 주가에 반영되곤 했습니다. 조금 먼저 당일 시간외 단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제도적으로 마감가의 10%로 가격제한폭이 걸려 있어 변동성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턴 NXT에서 실시간으로 반응하게 된 것입니다. 시총이 크지 않은 중소형주의 경우 뜬소문으로도 저녁시간에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NXT의 경우 제도 안착 전까지는 주식 거래가 많지 않을 전망이어서 적은 거래량으로도 주가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에 의한 주가 띄우기가 벌어지거나, 저녁시간에 NXT에서 급등락한 주가가 다음달 정규장에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A종목이 정규장에서 주가 등락 없이 1만원에 마감했다가 공시나 풍문의 영향으로 NXT 애프터마켓에서 상한가로 직행, 1만3000원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에 따라 다음날 A종목은 전일 정규장 마감가인 1만원에서 거래를 시작합니다. NXT에서 1만3000원에 매수한 투자자는 다음날 정규장에서 주가가 상한가로 올라야 본전입니다. 그런데 이 소식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래서 정규장에서 오르지 않거나 더 하락한다면 전일 NXT에서 매수한 투자자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불확실한 소식에 휘둘려 NXT에서 급등락한 가격에 주식을 매매하는 일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규장 시간에 주식 거래를 하기 어려운 여건을 가진 직장인 등이 일과시간이 끝난 후 거래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