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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프라임] 강소기업 라이온켐텍, 태경 품으로…순환출자 해소는?
최대주주 지분, 주가 3배에 인수…시너지보다 사업영역 확장
입력 : 2025-02-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인조대리석과 합성왁스의 강자 라이온켐텍이 태경그룹 품에 안겼습니다. 지난달 3일 라이온켐텍의 최대주주가 티경비케이로 바뀐 사실을 공시했는데요. 지난해 말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계약 체결을 알린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서류작업을 마친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깜짝 이벤트이다 보니 놀랄 만한 소식임엔 틀림없지만, 라이온켐텍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일은 예고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고령(76세)의 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일찌감치 매각을 선언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라이온켐텍이 팔렸다는 사실보다는 매수한 곳이 태경그룹이라는 점이 더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태경의 계열사들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라이온켐텍의 접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가 2300원인데 6500원에 인수
 
라이온켐텍은 인조대리석을 제조하는 대전의 중견 업체입니다. 오피스 건물 외벽이나 씽크대 상판으로 쓰이는 인조대리석을 주로 만듭니다. 또 대리석에 광을 내주는 합성왁스도 함께 생산합니다. 한 해에 1300억~15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작은 기업이지만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이기도 합니다. 인조대리석 시장에선 국내 점유율 3위인 동시에 글로벌 점유율 4위에 올라 있으니까요. 합성왁스는 국내 1위, 글로벌 4위입니다. 
 
매출의 70%가 수출에서 발생하는 그야말로 강소기업인데, 생산·판매 제품이 건자재 업종이다 보니 건설 업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수년간 정체된 상태입니다.
 
정체됐을지언정 적자를 내는 것은 아닌데 주가는 2년간 꾸준히 하락해 2300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평가 기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지만 주가가 오를 일도 없어 보이는 만년 저평가주로 고착되어 가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바뀐 겁니다. 특히 인수가격이 눈에 띕니다. 
 
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과 특수관계인 8인의 지분 1995만주를 태경비케이가 1230만주(34.26%), 태경케미컬이 765만주(21.32%)씩 나눠서 인수했습니다. 
 
양수도 가격은 총 1297억원, 1주당 6500원입니다. 무려 현재 주가의 거의 3배 값을 치르고 산 것입니다. 경영권을 포함한 계약이라서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비싸게 줬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최대주주 일가는 비싼 값에 주식을 처분하고 나갔는데 동반매도청구권이 없어 2300원짜리 주식을 그대로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로서는 속 터질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매매가격이 주가와 현격히 차이 난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태경그룹으로선 그만큼 비싼 값을 치를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는 뜻이니까요. 도대체 라이온켐텍의 무엇을 보고 그렇게 높은 값을 매겼을지 궁금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업·식품용 탄산가스 제조…환경설비에도 필요
 
태경그룹은 태경산업, 태경비케이(옛 백광소재), 태경케미컬(옛 태경화학)을 주력으로 거느린 화학기업입니다. 
 
태경산업은 액체탄산가스, 드라이아이스 제조에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습니다. 희토류 대체제라는 페라이트와도 엮여 있어서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움찔거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액체탄산가스는 용도에 따라 공업용과 식품용으로 나뉩니다. 식품은 맥주나 콜라 등 탄산음료에 들어가고, 공업용은 조선, 용접, 반도체 세정, 폴리카보네이트(PC) 제조 등에 쓰입니다. 고객사는 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 현대건설. 원익머트리얼즈, 그린케미칼, 하이트진로, 코카콜라음료, 롯데칠성, 오비맥주 등입니다. 드라이아이스는 흔히 아는 냉동보존, 냉각제로 CJ대한통운, 마켓컬리, 쿠팡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일반가스는 용접용으로 세진중공업, GS엔텍 등에 공급합니다. 
 
덩치가 크지 않고 영위하는 사업도 특화돼 있어 실적 변동성은 크지 않은 편입니다. 꾸준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 배당 성적도 준수한 편에 속합니다. 
 
태영케미컬도 태경산업과 비슷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 수산화마그네슘이 추가됩니다. 수산화마그네슘은 화력발전소의 탈황시설, 폐수를 중화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얼라이브텍,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코리아 등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태경비케이는 석회석으로 제품을 만듭니다. 석회석을 파쇄해 백색도가 높은 것은 제지용으로 판매하고, 산화칼슘이 높은 것은 포스코, 현대제철에 공급하는 생석회를 만듭니다. 가루는 PVC 충진용, 제철소 소결공장, 아황산가스 흡수제, 폐수 중화용 등으로 쓰입니다. 
 
태경그룹의 지배구조는 위의 상장기업 3사를 주력으로 그 아래에 10개 비상장 계열사들이 엮여 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인수한 라이온켐텍은 태경비케이와 태경케미컬이 지분을 함께 보유하고 있습니다. 
 
순환출자 고리, 어디 끊을까?
 
태경산업은 설립자인 고 김영환 회장이 2014년 사망한 후 그의 외동딸인 김해련 회장이 경영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태경산업 지분 23.28%를 가지고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23%대 지분율로는 부족해 계열사들을 동원했는데요. 이게 순환출자 구조입니다. 
 
태경산업은 태경비케이의 지분 43.58%를 보유, 최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태경비케이는 태경케미컬 지분 40.01%를 가진 최대주주입니다. 또 태경케미컬은 태경산업 지분 21.41%를 보유, 김 회장에 이어 2대주주로 김 회장의 지배력을 지켜줍니다. 또 태경산업 대주주 중엔 10%를 가진 송원김영환장학재단도 있어서, 사실상 김 회장이 과반의 지분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지배 관계로도 경영권이 위협받을 일은 없겠지만,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이 화두인 시대에 이대로는 금융당국의 눈밖에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국민연금이 태경산업이 주총 안건으로 올린 감사선임, 이사보수한도액 승인, 감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모두 반대했단 사실이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지배구조 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해련 회장도 1962년생, 60대 중반으로 젊은 나이는 아닙니다. 
 
순환출자 구조를 깨려면 부담이 적은 기업끼리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현재 태경케미컬이 태경산업 지분 21.41%를 갖고 있고, 태경산업은 태경케미컬 주식을 16.35% 보유 중입니다. 24일 종가 기준 각각 307억원, 226억원어치 주식입니다. 필요에 따라 주고받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한편, 인조대리석을 만드는 라이온켐텍을 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입니다. 일단 태경 측은 계열사와의 시너지보다 사업영역을 다각화할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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