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 사태로 국내에서 '데이마켓'이 중단된 후 거래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당시 대량 주문 취소 사태 등 미국 대체거래소(ATS) 시스템의 안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미국 주식 주간거래를 재개하기 위해 두 차례 증권사 실무진을 만나 관련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8월5일 블랙먼데이 당시 대체거래소인 블루오션이 시스템 장애를 이유로 국내 약 9만개 주식계좌에서 나온 6300억원 규모의 주문을 취소한 일이 벌어진 후 지금까지 반년 넘게 미국 주간거래는 멈춰있습니다.
증권사들은 블루오션의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며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고 블루오션 측에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더해 금투협은 지난해 10월 미국 금융당국에 블루오션의 장애 대처가 적정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아직까지 답변은 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오는 3월 다수 증권사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블루오션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열고, 지난 4일부터 국내 증권사 관계자들과 만나 거래 재개에 필요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블루오션 측은 거래 처리 수용능력이 최대 1000배까지 늘어난 멤버스 익스체인지(MEMX)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사한 사고 발생에 대비해 보상 체계도 마련했다며 국내 증권사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데이마켓 거래 재개에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고객의 수요를 생각하면 하루 빨리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대량 취소 사태와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의견이 반반"이라며 "오히려 거래가 많은 대형사가 더 보수적"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여러 가지 리스크를 고려했을 때 당장 거래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선 어떤 일정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루오션 외에도 미국 심야시간대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들이 한국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해외주식 주간거래 수요가 높은 한국 시장을 겨냥해 24X, 문ATS 등 대체거래소 대표들이 국내 증권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들은 시스템 안정성과 운영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워 증권사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블루오션보다 업력이 짧고 규모도 작아서 증권사들로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은 해외주식 주간 거래가 중단되기 전까지 블루오션 전체 거래량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그들에겐 큰 시장입니다. 대체거래소들은 주간거래 재개 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 설득에 나섰습니다.
미국 주식 주간 거래를 위한 논의 일정은 아직 불투명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블루오션 외에도 미국의 많은 ATS가 국내 증권사를 접촉하고 있지만, 결국 거래 재개는 금투협에서 얘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기다리는 중"이라며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개별 증권사를 넘어 고객들의 니즈가 확실하기 때문에 거래는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와 별개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도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 중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1일 하루 주식 거래 시간을 현행 16시간에서 22시간으로 연장하는 안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이에 맞춰 뉴욕증권거래소는 다음 달 13일 국내 증권사들과 거래 제휴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개별 증권사들과 면담도 예정돼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ATS의 안정성을 믿기 어려운 만큼 시간이 걸리겠지만 뉴욕증권거래소의 주간거래 시작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