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량원펑이 딥시크를 통해 인공지능(AI) 혁신을 주도하고, 미국의 샘 올트먼이 오픈AI로 기술 혁명을 이끄는 동안, 우리나라의 최상위권 인재들은 여전히 의과대학 진학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2025학년도 대학 입시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과학기술 인재의 산실로 불리는 과학기술원의 정시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28.2% 감소했는데요. 특히 KAIST 지원자는 1333명으로 지난해(2147명)보다 37.9% 줄었고, 다른 과학기술원도 마찬가지로 지원자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일반 대학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상위권 대학의 자연계열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습니다.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 자연계열 합격자 1047명 중 99.9%인 1046명이 최초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이는 올해 의과대학 정원이 한꺼번에 1509명 늘어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의학계열로 이동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입시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과학기술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 정책이 부재한 탓에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인재들이 점점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과 미국이 AI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량원펑 사례만 보더라도 과학기술 인재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영재들이 모두 의대 진학만을 목표로 삼는 현실은 국가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과학기술 분야로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육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미래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수능학원 전문학원 앞에 서울대 의대 초등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