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매운맛으로 정기검사 결과를 알리겠다고 예고한 만큼, 브리핑이 열렸던 지난 2월 4일 금감원 기자실은 이른 오전부터 취재하러 온 기자들로 북적였습니다. 모두발언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나왔던 주요 내용들을 톺아봤습니다.
검사 발표를 한 차례 연기하며 매운맛을 예고했는데, 주안점이 뭔지?
정기검사 발표는 누적된 문제를 특정 은행 문제로 한정한 게 아닙니다. 전체 은행권에 만연한 양적성장, 외형 팽창 속에서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점을 반성적으로 고찰하고 가감없이 문제를 드러내 개선 방향을 모색하자는 의미로 검사 내용을 공개한 것입니다. 물론 특정 회사라던가 특정 의사결정 주체에 대해선 그 잘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우리은행 보험사 인수에 향방을 가를 경영실태평가 발표 날짜는?
대규모 내부통제에 실패한 사례에 대해 정기검사를 빨리 처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금융지주가 M&A 승인 심사 신청을 한 건 1월 15일이지만 승인 심사 신청 의지를 표명한 건 지난해부터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은행감독국이 1월 24일에 은행검사국에 자회사 편입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달라 요청했으며 2월 중 금융위에 관련 내용을 송부해야 금융위에서 3월에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재와 별도로 경영실태평가를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워낙 다양한 인자에 대해 많은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야 하기 때문에 날짜를 밝히기 조심스럽습니다.
우리은행 부당대출 관련 경영진 내용을 적시한 이유가 뭔지?
전임 회장 재직 시 사적이익과 관련된 대규모 금전 취급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통제하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한명의 일탈로 인해 벌어진 일인지, 고치기 어려운 조직문화 때문인지 지적하는 게 오늘 브리핑을 마련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믿고 싶지만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전임 회장이 현직에 있을 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도 맞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이날 브리핑에서 핵심적이라 할 수 있는 경평 등급 산정 등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선 경평 발표 지연에 따른 여론 반발 등을 고려해 핵심 내용을 제외한 애매한 중간브리핑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르면 3월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 일정 등을 고려해 예민한 결정을 일부러 뒤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그간 이 원장은 금융기관 내부통제 미흡에 따른 대형 금융사고 등에 엄중한 제재를 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는데요. 오는 5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경평 최종 결과 발표와 경영진 징계 등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4일 금융감독원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