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기업은행 노사가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에 이어 경영평가 목표를 두고 다시 갈등을 빚으면서 파업 전운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사측이 노사협의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경평 목표를 결정했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3월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3일 경평 목표를 확정 발표했습니다. 비이자수익, 외국환, 기업신규고객수, 개인영업수익, 핵심예금 등으로 구성한 핵심 지표 30개 중 퇴직연금 운용성과와 카드목표대금을 전년 대비 각각 14%, 3%씩 올리기로 했습니다.
퇴직연금 운용성과와 카드목표대금의 경우 영업점 직원들이 실적을 쌓기 어려운 업무로 꼽습니다. 퇴직연금은 통상 기업이 주거래 은행에 불입하다 보니 실적을 늘리려면 타 행에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던 기업을 뺴와야 하고, 카드목표대금 역시 고객에게 기업은행 카드를 많이 사용해달라 영업해야 실적을 올릴 수 있기 떄문입니다.
이에 노조는 노사협상 과정에서 지난해 3분기 최대 실적을 위해 노력한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해 해당 지표의 목표치를 줄여달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수차례 노사협상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사측은 노조 의견을 제외한 경평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노조는 지난 5일 내부 소식지와 성명서를 내고 사측의 일방적인 경평 목표 배정은 '합의 파기'이자 '정면 도발'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20년 1월 윤종원 전 은행장 시절 노사협의문에 따라 '경영 목표 및 경영 평가' 결정 시 노사협의를 해왔습니다.
"일방적 발표"vs "사전 양해"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노조 의견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어떻게 하자는 결론도 내지 않은 채 바로 일방적으로 경영 목표를 발표해버렸다"며 "예의와 상식을 따지기 전에 이런 행태는 명백한 합의 파기이자 폭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사측은 노사 협의 기간이 길어져 불가피하게 발표한 것이며 발표 전 노조에게 양해를 구했다는 입장입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 측과 여러 차례 협의했으나 이견 차가 컸고 올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가 커 불가피하게 발표했다"며 "발표 전 노조에 양해를 구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노조는 이번 경평 목표 갈등을 통해 김성태 은행장에게 신뢰가 깨졌다며,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경우 3월 총파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 지급 등은 은행장의 권한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핑계대더니 은행장 권한인 경평 목표는 노조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했다"며 "직원 보상과 영업점의 현실은 뒤로 미룬 채 실적 올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별다른 진척이 없다면 이달 내 2차 총파업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내부에선 잠정적으로 3월에 총파업을 진행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총액인건비 제도 관련 대외기관과 지속 협의 중"이라면서 "만약 노조가 추가 총파업을 진행하더라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이미 지난해 11월 말 교섭 결렬 이후 12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습니다. 그 뒤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 총파업 등에 대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기업은행 노사가 임단협 난항에 이어 경영목표 결정에도 갈등을 빚으면서 파업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월 27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 압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