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인턴기자]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저축은행은 주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이자를 높였는데요. 서민을 상대로 한 이자 장사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당국은 금리에 직접 개입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1월 대출금리, 최대 1.69%p↑
3일 저축은행중앙회 가계신용대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비 1월 평균대출금리가 오른 저축은행은 총 15곳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에 개인별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되는데요. 해당 저축은행들을 살펴보면 대출 기준금리는 변동이 없고 가산금리만 오르면서 평균대출금리가 상승했습니다.
1월 KB저축은행 가계신용 평균대출금리는 15.96%로 직전 달(14.27%)보다 1.69%포인트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세람저축은행은 16.41%에서 18.08%로 1.67%포인트,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3.75%에서 14.68%로 0.93%포인트, 스타저축은행은 17.68%에서 18.48%로 0.80%포인트 오르면서 평균대출금리가 1% 가까이 올랐습니다. 대형사인 OK저축은행도 16.46%에서 17.05%로 0.59%포인트, 웰컴저축은행은 16.78%에서 17.05%로 0.27%포인트 각각 상승했습니다.
대출 기준금리는 내렸지만, 가산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려 평균대출금리를 올린 저축은행도 있습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기준금리를 0.04%포인트 인하했음에도 가산금리가 0.06%포인트 올리면서 평균대출금리를 0.02%포인트 높였습니다.
저축은행 업계는 개인 신용점수에 따라 가산금리가 다르게 계산되기 때문에 포괄적인 구간만 정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 상품 광고를 살펴보면 최저금리는 6~15%로 광고하지만 최고금리는 대부분 19% 이상으로 적용돼 있습니다. 또한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움직임에 둔감한 편이라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전체 대출금리가 인하되는 시간은 1금융에 비해 다소 느린 편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정책을 쓰면서 은행 등의 대출 문턱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가 저축은행으로 몰린 것이 평균이자를 높인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중저신용자가 직전 달에 비해 더 많이 유입되면 평균대출금리가 높아 보인다"며 "이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늘어나 취급 대출금리가 올라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책정할 때 기준금리가 반영되긴 하지만 개인 신용평가에 대한 가산금리 영향이 더 크다"면서 "대출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정해져 있기보단 신용점수별 금리 구간이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신용평가사에서 나타나는 신용점수에 따라 개인별로 대출금리가 상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금융당국 "금리에 직접 관여 못해"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가산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결국 차주들이 감당할 대출금리는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오른 곳도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요. 차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는 "대출금리가 가산금리로만 정해지면 기준금리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대출 규제를 목적으로 올린 가산금리로 이자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대출금리는 한번 오르면 너무 느리게 내리는 것도 문제"라며 "중저신용자들은 고금리에 다 죽어간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다른 차주도 "대출 광고할 때 금리랑 실제 심사할 때 금리가 너무 달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산금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책정되는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가산금리가 내려가지 않자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는 상황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가계·기업이 종전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 가산금리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2일 "은행이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하 속도·폭 이런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면서 "이제는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언급했습니다.
당국에서 시장 금리를 직접 손댈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는 탓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인하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이자 부담이라도 줄여 서민 부담을 덜어야 하는 당위성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라며 "가산금리에 대한 압박이 꼭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가 많이 유입되면 평균대출금리가 높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인턴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