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쇼크로 인해 나스닥 지수는 3% 급락 마감했습니다. 딥시크의 서비스가 훨씬 적은 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에 맞먹는 성능을 갖췄단 소식에 AI 관련주를 겨냥한 투매가 나타났습니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시총이 약 847조원 증발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612.47포인트(3.07%) 급락한 1만9341.83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89.33포인트(0.65%) 오른 4만4713.5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8.96포인트(1.46%) 떨어진 6012.28로 장을 마쳤습니다.
주요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9.15% 폭락했습니다. 작년 9월 3일 7.75% 급락한 이후 최대 낙폭인데요. 필라델피아 지수가 마지막으로 9% 이상 폭락했던 시점은 2020년 3월 18일입니다.
AI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16.97% 폭락한 118.42달러(17만228원)에 마감했습니다. 시총은 지난 24일보다 5890억달러(846조6875억원) 증발하면서 순위도 1위에서 3위로 떨어졌습니다. 이날 시총 감소분은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입니다.
AI 산업 수혜주 브로드컴도 17.40% 폭락했고 마블테크놀로지(-19.10%), 마이크론테크놀로지(-11.71%)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주식예탁증서(ADR)기준으로 뉴욕증시에서 TSMC도 13.33% 급락했고 AMD(-6.37%), 퀄컴(-0.54%), ASML(-5.75%) 등 다른 반도체주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그간 뉴욕증시에는 AI 산업을 둘러싼 '미국 예외주의'가 존재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현재 수준의 AI를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에만 있기 떄문에 주가에 AI 프리미엄을 더 얹어야 한다는 논리였는데요. 딥시크가 등장하며 이런 프리미엄이 허상이었다는 점을 일깨웠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과 영국 등의 언론은 딥시크가 거대언어모델(LLM) 훈련에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규모와 비용이 미국 빅테크들과 비교해 훨씬 적었다며 극도의 효율성을 보여줬다고 지난주 집중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딥시크가 '딥시크-V3'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 수준에 그쳤다고 전했습니다. 메타가 최신 AI 모델인 라마(Llama)3 모델에 'H100'으로 훈련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딥시크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의 H800 칩이 사용됐는데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수출용으로 H100의 사양을 낮춰 출시한 제품입니다. 엔비디아의 최신 칩보다 낮은 성능, 저렴한 가격의 칩을 사용해도 챗GPT와 맞먹는 성능을 냈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지금까지 시장은 구글이나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AI에 투자하는 회사와 AI 관련 도구나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에 막대한 보상(프리미엄)을 줬다"며 "딥시크 모델이 기존 AI 기업들의 지출에 의구심을 자극하면서 이 시나리오는 더 광범위하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딥시크가 27일(현지 시간) 대규모 사이버 공격으로 일시적으로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CNBC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이날 기존 사용자는 평소처럼 접속할 수 있으나 "대규모 악성 (사이버) 공격"에 따라 일시적으로 신규 사용자 등록을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쇼크로 인해 27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3% 급락 마감했다. 사진은 지난 17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전경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