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 가산금리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은행들 간 1.2%포인트에 달하는 가산금리 격차를 해결하려면 법 개정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엄포에 따라 은행들은 눈치싸움을 하며 가산금리를 일부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럼에도 기존의 ‘깜깜이’식으로 책정했던 가산금리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건데요. 이는 현행 은행법상 가산금리 책정 기준 등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한국은행의 금리동결 발표 직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가계·기업이 종전 2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사실상 감독당국이 직접 나서 가산금리 인하 수준을 손보겠다고 경고한 셈입니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로 구성됩니다. 기준금리는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 같은 시장금리를 토대로 은행이 산출합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업무원가(인건비)나 법정비용, 위험프리미엄, 기대 수익률 등 각종 비용과 수익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하는 금리입니다.
기준금리의 경우 한국은행의 결정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은행이 개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산금리는 은행의 목표 이익에 맞춰 언제든 조정이 가능합니다.
한은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소비자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체감하지 못한 것도 가산금리 영향이 큽니다.
보통 금리가 하락하면 통상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먼저 낮아지며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을 이유로 가산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를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예대금리차가 더욱 커졌고 과도한 이자장사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은행별 깜깜이 가산금리 산출 기준
2024년 12월 기준 시중은행별 평균 가산금리 비교.
문제는 은행마다 가산금리 차가 매우 큰 데다 가산금리 산출 기준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는 은행이 매긴 가산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을 그대로 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은행별 가산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신용대출 기준 평균 가산금리는 KB국민은행 4.45%, 하나은행 4.23%, 신한은행 4.06%, NH농협은행 3.94%, 우리은행 3.24%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21%포인트 차이로 격차가 눈에 띄게 큽니다.
주택담보대출(10년 분할상환방식) 평균 가산금리를 보면 NH농협은행 3.43%, KB국민은행 3.22%, 하나은행 3.13%, 우리은행 3.07%, 신한은행 2.22% 순으로 높았습니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 간 가산금리 격차는 1.21%포인트에 달합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 가산금리의 경우 KB국민은행 4.03%, 하나은행 3.76%, 신한은행 3.31%, NH농협은행 2.88%, 우리은행 2.8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간 가산금리 격차는 1.16%포인트를 보였습니다.
이렇듯 시중은행별로 가산금리가 1%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지만 소비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이를 책정하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현행 은행법 상 가산금리 공시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국 엄포에 따라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내려 큰 부당이익을 막을 순 있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곤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산금리 산정 체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별다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은행별 가산금리 체계를 점검했으나 여전히 은행별 가산금리 편차를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법 개정시 부당이익 방지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작년 6월 가산금리 산정 기준과 세부 항목을 공시하고 대출금리에 교육세와 법정출연금 포함을 금지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경영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민 의원은 지난달 가산금리 세부 항목 공시 의무를 삭제하고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법정 출연금만 반영하지 못하게 한 개정안을 다시 냈습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같은 날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가산금리 산정 시 은행의 목표이익률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시만단체도 이런 법 개정 움직임에 힘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2023년부터 시민사회단체에서 가산금리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운동을 지속해왔으나 여전히 그 논의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며 "기본적인 내용들을 규정하는 법안 없이는 보여주기식이라는 여론이 나오는 데 공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은행이 예상할 수 없는 리스크 등을 고려해 가산금리를 책정하는 건 납득할 수 있으나 이를 정말 리스크 관리에만 사용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은 알 수가 없다"면서 "은행들이 공정하게 가산금리를 책정할 수 있게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점검에 본격 나선 가운데 은행별로 격차가 큰 가산금리 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시중은행 ATM 앞에서 고객이 서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