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10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한 이후 이날 본회의 문턱도 넘은 건데요. 상설특검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대상은 아니지만, 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진척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힘도 22명 '찬성'·14명 '기권'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상요구안'(내란죄 상설특검)을 상정해 재석의원 287인 중 찬성 209인, 반대 64인, 기권 14인으로 가결시켰습니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당초 찬성에 표를 던졌다 버튼을 잘못 눌렀다며 현장에서 정정을 요구해 반대로 변경됐습니다.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상설특검안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국회의장 등 체포대상자 명단을 열거하며 검거 위한 위치추적 요청 및 비상계엄 해제 후 증거인멸 시도 요구 △국무총리 한덕수가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해 내란모의에 적극 가담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가 국회 기능을 무력화하고 내란 범죄 실행을 용의하게 함 △국군 방첩사령부 및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가 국회에 투입돼 국회의원에 대한 불법 체포 시도 및 유력행사 상해, 국회 기물파손 등의 행위로 내란에 가담 등 4가지 범죄혐의에 대한 진상 규명을 목적으로 하는데요.
표결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22명의 찬성자가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권을 표한 의원들도 14명에 달했습니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상설특검에 당론 없이 자유투표를 하기로 정한 결과로 보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상설특검 표결에 찬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법과 달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닙니다. 본회의 의결 이후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는 지난달 말 민주당 주도로 개정된 법률에 따라 교섭단체(민주당)에서 2명, 비교섭단체 중 소속 의원 수가 많은 2개 비교섭단체(조국혁신당·진보당)에서 각각 1명씩 추천됩니다.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도 각각 1명씩 추천합니다.
총 7인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에서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추천일로부터 3일 이내에 1명을 임명해야 합니다. 다만,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 않았을 때의 대안 조항이 없어 임명을 미룬다면 출범이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에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안건 심사보고를 위해 나선 자리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에 경고한다. 특검 도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내란범죄로 간주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내란범죄협의자 신속체포요구 결의안'도 상정돼 재석의원 288인 중 찬성 191인, 반대 94인, 기권 3인으로 통과됐습니다.
이 안건은 지난 3일 밤 반헌법적 비상계엄에 가담한 내란범죄 혐의자 7명을 신속히 체포하는 것을 촉구하는 법안인데요. 당초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한 체포 대상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7명이었는데요. 내란범죄 우두머리로 윤 대통령을 지목하며 그 역시 체포 대상자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내란죄 관련 안건 중 모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은 김상욱, 김예지, 조경태 의원 등 총 3명입니다. 김용태, 김재섭, 한지아 의원은 내란죄 상설특검에는 동의했지만, 윤 대통령을 포함한 체포 결의안에는 기권했습니다.
민주당은 "계엄과 내란에 흔들리던 국회가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며 환영을 표하면서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내란죄를 단죄할 상설특검법 통과는 민주공화정의 근간이 되는 헌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감액 예산, 국민에 피해 없어"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을 재석 278인 중 찬성 183인, 반대 94인, 기권 1인으로 가결시켰습니다. 탄핵 정국으로 양당의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민주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감액안만으로 구성된 예산안을 통과시킨 건데요. 2025년도 기금운용계획안과 임대형 민자사업(BTL)한도액안도 모두 야당 주도로 처리됐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정 민주당 의원은 "내년도에도 세수결손은 반드시 나타난다"며 "좀 더 과학적인 예산이 추경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고 감액 예산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박 의원은 "감액 대부분은 구체적인 용처가 지정되지 않은 예비비 등"이라며 "국민에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도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다"며 "감액안에 아쉬움과 미련은 남지만 우리가 가지 않을 수 없는 운명처럼 패여있는 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원식 의장 역시 감액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최근 국가적 혼란 상황에서 예산 협상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정부의 태도는 매우 유감이다"라며 "국회 활동을 금지하는 위헌적 계엄 선포로 불가능한 처리를 초래해두고 책임을 국회로 넘기려 했고, 협상에 미온적 태도를 고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 의장은 "(예산안을) 개선하고 바로잡는데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며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증액이 필요한 부분은 추경으로 확충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집행 즉시 추경 편성에 착수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