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초부터 광폭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연초부터 잇단 해외 출장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며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하는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 회장은 다음달 연임을 확정하며 2기 체제에서 재계와 정부의 소통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사업적으로는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그룹의 핵심 사업 현장을 직접 챙기는데 여념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26∼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MWC에 참석했습니다. 최 회장의 테크 전시회 참석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이어 두번째 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세계 3대 IT 전시회로 불리는 MWC는 모바일 및 이동통신 산업에 초점을 맞춰 '모바일 올림픽'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전세계 200여개국에서 2400여개 기업이 참가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치러질 전망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융합 흐름에 발맞춰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망라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 회장은 MWC에서 AI 경쟁력 강화 방안과 디지털 기술 경쟁 상황을 직접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SK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경영진과 디지털 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글로벌 통신사를 비롯해 빅테크 CEO들과 만나 사업을 논의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최 회장은 AI 기술 경쟁이 예고된 MWC 행사에서 SK 임직원과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에도 힘쓸 것으로 점쳐집니다.
앞서 최 회장은 올초 CES2024에서 최대 화두인 AI 산업에 대해 "이제 시작하는 시대이며, 어느 정도 임팩트와 속도로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는 "챗GPT가 나온 지 한 1년 됐는데, 그전까지도 AI가 세상을 어떻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안했지만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가 일어나다 보니 너도나도 웨이브를 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며 "전체적인 AI 시장 크기와 시장이 그만큼 열려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짚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지난달 25일 방한한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과 만나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재계 맏형'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상의는 오는 29일 의원총회를 열어 최 회장을 재추대합니다.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겸임하는데요. 대한상의는 다음달 21일 임시 의원총회에서 최 회장 연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입니다.
재계에선 최 회장이 그간 상의 회장을 맡으며 '신기업가정신' 확산을 주도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2021년 대한상의 회장 취임 초부터 '경청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개방형 의견수렴 사이트인 소통플랫폼을 만드는 등 소통 행보를 펼쳤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상의 회장을 수행하는 건 사실 기업 입장에선 큰 이득이 없는 행보지만, 최 회장이 '재계 맏형'으로 책임감을 갖고 정부와 재계의 소통 창구 역할을 솔선수범하는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AI용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선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최 회장이 옛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하려고 했을 당시 그룹 내 반대가 적잖았는데요. 당시 최 회장이 "경영자는 멀리 봐야 한다"며 강력하게 인수를 추진한 덕분에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차세대 HBM 제품인 HBM3E 공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최 회장은 올초 새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현안을 직접 챙기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HBM 수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에 대해 "올해 연말까지 HBM 리더십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HBM의 매출 비중 증가는 ASP(평균판매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경쟁사 대비 가격에서 앞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올해 DRAM 주요 소비처인 스마트폰, PC, 서버 등의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한 자릿수 초중반으로 예상되지만 SK하이닉스의 경우 시장 평균을 웃도는 ASP(평균판매단가)가 올해 실적을 이끄는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HBM 시장 압도적인 기술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확실한 수요처가 확보된 만큼 중장기 성장 가시성이 뚜렷하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