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갤러리헤아'에 들어서니 노란빛 나폴리 풍광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중인 프랑스 출신 회화작가 아르노부에이(Arno Boueilh)의 회화 작품들.
이탈리아 정통 원료 '템푸라(tempura)'을 캔버스에 덧입힌, 유화처럼 깊이감 있는 텍스처들('L'ombrellone e la terrazza d'estate')에선 바다내음이 풍겨옵니다. 나폴리의 노란 건축물과 뒤섞여 부서지는 해변 금빛 모래 알갱이들과 반짝이는 바닷가의 윤슬, 여름날 파랗게 흐드러진 초록잎의 나무들….
그 바로 옆에는 이 따뜻한 질감의 회화 작품들을 흙 기반 세라믹오브제 조각들로 재해석한,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혜미 작가의 은빛 작품들('Inspiration of Italian Jar_wing' 등)이 꽈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갤러리의 통유리로 쬐는 햇살을 등지고 만난 아르노부에이(Arno Boueilh)·이혜미 작가와 박나래 전시 기획자는 "흙을 직접 만져보고 냄새를 느껴보며 그린 회화 작품(아르노부에이 작가)과 그것을 입체적으로 꺼내 재해석한 흙 기반 조형물들(이혜미 작가) 간 관계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융합된 토양'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갤러리헤아'에서 만난 아르노부에이·이혜미 작가와 박나래 전시 기획자. 사진=뉴스토마토
오는 11월 4일까지 이곳에서 두 작가의 협업 전시 '테르멜레(Terre Mêlée)'가 열립니다. 전시 타이틀은 프랑스어로, 서로 다른 지역의 토양이 섞여있다는 뜻입니다. 나폴리와 서울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본인들의 작품세계를 구현해온 이들이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작업 안에서 닮은 감각을 찾아낸다는 뜻을 은유했습니다.
박나래 전시 기획자는 "이들의 작업적 토양은 서로의 작업 안으로 섞여 들어간다. 이혜미의 오브제는 아르노의 회화 안으로 들어가고 아르노의 회화 속 오브제는 이혜미의 물성을 입고 이 세계로 나온다"며 "회화와 세라믹 오브제로 장르적 형태는 다르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섬세한 감각이나 작품에서 발현되는 영롱함에서 동일한 감각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오는 11월 4일까지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갤러리헤아'에서 열리는 아르노부에이·이혜미 작가 협업 전시 '테르멜레(Terre Melee)'. 사진=뉴스토마토
아르노부에이는 이탈리아 나폴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랑스 출신의 구상화가입니다. 프랑스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파리 보자르와 아르데코 학교에서 예술 공부를 마쳤습니다. 이후 이탈리아 나폴리로 이주해 나폴리를 비롯한 토스카나의 풍광에 영감을 받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식물 등의 일상 오브제부터 바닷가의 색채, 근대 건물의 형태 들을 주된 소재로 하여 회화 작업을 해갑니다. 따스한 색상 감각과 건축가적인 조형감각으로 일상적인 것을 새롭게 보는 시선을 구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조적인 시선부터 가까운 시선으로 옮겨가며 그려낸 풍광이 펼쳐집니다. 나폴리로부터 지중해를 거쳐 마지막 작품 'Detail de la Reggia di portici'에 이르면 전통 병(Jar)이 놓여있는 토스카나의 전원 풍경에서 마무리됩니다. 그 아래 자신의 오브제들을 배치한 이혜미 작가는 "아르노부에이의 따뜻한 회화 작업들, 그리고 그 속에 평면으로 담긴 이탈리아 전통 병을 프레임 밖으로 어떻게 꺼낼지 고민해봤다. 전통 기법을 기반으로 하되 모던한 마감으로 이탈리아 전통병의 화려함을 저 만의 색깔로 재해석해봤다"고 했습니다.
오는 11월 4일까지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갤러리헤아'에서 열리는 아르노부에이·이혜미 작가 협업 전시 '테르멜레(Terre Melee)'. 사진=뉴스토마토
전시장 끝 무렵에는 두 작가가 협업한 정물화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혜미 작가의 세라믹 오브제를 아르노부에이 작가가 16~17세기 세잔이 엿보이는 이탈리아 프랑스 정통풍으로 그려낸 회화들입니다. 박나래 전시 기획자는 "두 사람이 그려낸 정물은 정통을 기반으로 하되, 모던한 마감들이 특징적"이라며 "그들이 존중하는 아름다운 색감, 차분히 쌓아나가는 것에서 오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의 물결은 단아한 태도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이번이 제 한국 첫 전시회이기도 한데요. 문화와 문화의 충돌은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혜미 작가와의 협업으로 서울에 관한 시리즈도 곧 나올거니 기대해주세요."(아르노부에이) "흙으로 만드는 작업은 손자국이 남고 그 위에 차곡차곡 시간이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관람객분들도 그 즐거움이자 큰 위로를 느껴보시길 바라요."(이혜미)
오는 11월 4일까지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갤러리헤아'에서 열리는 아르노부에이·이혜미 작가 협업 전시 '테르멜레(Terre Melee)'.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