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팝 실물 음반 ‘1억장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국내·외 음반(실물 CD) 판매량이 작년 한 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습니다. 하반기 방탄소년단(BTS) 정국을 비롯 스트레이키즈 등 대형 가수들이 기록 행진도 예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대중음악 사상 전례 없는 이 기록을 마냥 장밋빛으로만 볼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의 여지도 남습니다. 글로벌 K팝 팬덤의 중복 소비를 부추기는 기획사의 과열 생산과 마케팅 전략, 또 그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사회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연내 '음반 1억장' 전망…이미 작년 기록 넘어
한국음반콘텐츠협회 집계의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인기 상위권 K팝 누적 음반 판매량은 총 8580만 장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총 음반 판매량인 8000만 장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약 106%에 해당됩니다.
실제로 올해는 K팝의 새 분기점이라 할 만큼 한국 대중음악 사상 음반 판매의 초유 기록이 연일 경신되고 있습니다.
세븐틴은 올 한 해 총 1104만3265장(2023년 1~9월)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한 해 동안 10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K팝 그룹은 세븐틴이 최초입니다. 미니 10집 ‘FML’(올해 4월 발표) K팝 단일 앨범 사상 역대 최다 판매량인 총 627만 장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3일 발매한 미니 11집 ‘세븐틴스 헤븐(SEVENTEENTH HEAVEN)’ 국내외 선주문량도 520만6718장으로 집계되면서 K팝 선주문량 신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올해 세븐틴과 함께 '투 톱'이 확실한 그룹은 '스트레이 키즈(스키즈)'입니다. 스키즈 역시 지난 6월 발매한 정규 3집 '★★★★★(5-STAR)(파이브스타)'로 513만장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올해 11월 10일에는 새 앨범 '樂-STAR' 발매도 앞두고 있는데, 해외 투어도 활발하게 전개한 터라 전작과 비슷한 규모의 판매고를 올릴 것이란 게 업계 중론입니다. 세븐틴과 스키즈 두 그룹은 올해 방탄소년단(BTS)의 단일 음반 기록(337만장)도 훌쩍 넘어섰습니다.
지난 13일 컴백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역시 정규 3집 ‘이름의 장: 프리폴(FREEFALL)’로 첫 일주일 동안 225만1959장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같은 4세대 걸그룹과 방탄소년단(BTS) 지민, 블랙핑크 지수 뿐 아니라, 최근에는 제로베이스원 같은 데뷔 직후 그룹도 '초동' 밀리언셀러(100만장 이상 판매)를 가뿐히 넘겼습니다. 업계에서는 11월 초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솔로 음반 '골든' 판매량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상황입니다.
수출이 특히 호조를 보이는 분위기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팝 음반 수출액은 총 1억3293만4000달러(약 1783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전체 앨범 판매 중 절반을 넘는 일본이 1위 수출국이며 미국, 중국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지난 6월 이후 4개월 연속 중국으로의 수출은 급감했고 일본은 6~9월까지 수출 비중이 평균 50%를 웃도는 등 수출 실적이 개선됐다"며 "일본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짚었습니다. 또 "지난해 전체 4개월 연속 앞으로 3개월간 전년도 판매량 (약 2천만 장)을 유지할 경우 올해 전체 앨범 판매량은 1억 장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내 핫트랙스를 찾은 시민이 음반을 고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형 기획사 ESG 강조에도 구체적 해결 방법 없어
코로나 이후 각국 월드투어와 현지 방송, 대편 팬사인회 등이 복합적으로 최근 K팝의 실물 음반 판매량 기록과 맞아떨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빛 뒤에는 거대한 응달이 있기 마련입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K팝 팬덤의 중복 소비를 부추기는 기획사의 과열 생산과 마케팅 전략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들을 내놓습니다. 포토카드를 모으거나 팬미팅에 가기 위해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장씩 구매 후 CD는 폐기하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구매 음반 청취자는 11.7%에 불과하지만, 자기 가수를 응원하고 팬사인회 등의 이벤트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 수백장의 앨범을 구매하고 있다는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음악산업백서'의 조사결과도 나온 바 있습니다. 최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톤)에서 2018년 145.4t, 2019년 136.1t, 2020년 225.2t, 2021년 479.0t, 작년 801.5t으로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도 집계됩니다.
이에 대형기획사들은 공연장이나 쇼케이스 등의 공식적인 자리나 보도자료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연일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CD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음반이 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가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포토카드 같이 과도한 상업적 목적에 의해 음반의 본래 기능이 변질되기 때문에 이런 이슈가 부각되는 것으로 본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서구 팝 뮤직에 대한 대안으로써 K팝 특성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음악이나 그룹의 서사와 연계될 수 있는 의미있는 패키징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게 결국 기획사와 팬덤 간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일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세븐틴은 올 한 해 총 1104만3265장(2023년 1~9월)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한 해 동안 10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K팝 그룹은 세븐틴이 최초입니다.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