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올해 적자 늪에 빠진 CJ ENM이 K팝 공연장 'CJ라이브시티'의 착공 지연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7년째 적자 누적으로 사업이 표류 중인 가운데 차후 정부의 '민관합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정 대상 선정결과가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K팝 공연장 사업도 속속 고개를 들고 있어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CJ라이브시티는 2015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K콘텐츠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사업입니다. 경기도 공모 ‘K-컬처밸리’ 사업에 단독 응모해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이듬해 ‘최순실 게이트’로 특혜 의혹으로 불거졌습니다. 이후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습니다. 당초 놀이기구 중심 테마파크는 K팝 아레나와 상업시설 중심으로 변경됐습니다. 준공 기한도 원래 계획보다 늦춰진 2024년 말까지 연장됐습니다.
경기 고양시 장항동 한류월드 축구장 46개 규모(약 10만평 부지)를 활용해 짓는 CJ라이브시티. 사진=CJ ENM
2019년에는 CJ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글로벌 엔터·스포츠사인 미국 AEG와의 합작법인(JV)을 추진해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으나, 늘어난 건설비용의 부담 탓에 표류 중인 상황입니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으로 늘어난 공사비에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지면서 지난 4월 공사는 중단됐습니다. 경기 고양시 장항동 한류월드 축구장 46개 규모(약 10만평 부지)를 활용하고 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연장 공사비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실내 2만석, 야외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음악 전문 공연장이자 세계 최초의 K팝 전문 공연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 아레나 공정률은 17%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한류천 수질개선 문제, 대용량 전력 수전 유예 등의 대외적인 문제도 착공 지연을 일으키고 있는 주된 요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CJ라이브시티 측은 국토교통부가 진행하는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을 신청한 상황입니다. 오는 10월 말 발표될 국토부의 조정대상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정대상에 선정된다면 11월 중 조정계획안 의결 후 연내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정안에는 사업 기간 연장과 일부 사업부지 조정 등이 반영될 전망입니다. CJ라이브시티가 이번 조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래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CJ 측은 아레나 외에도 영화·드라마 스튜디오 등 다양한 체험시설 구비로 'K콘텐츠 거점' 역할을 꿈꾸고 있지만 요원한 실정입니다.
국내 공연계에서도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스피어'의 한국 버전 유치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올해 10월 초 세계적인 록 그룹 U2의 공연을 성사시킨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 모습. 사진=AP·뉴시스
7년여째 사업이 표류하면서 비슷한 콘셉트를 차용한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스피어'의 한국 버전 유치가 초미의 관심입니다. 고해상도 LED 스크린 120만개로 360도 구 형태로 설계된 건축물로, 10월 초 아일랜드 출신 세계적인 록 밴드 U2가 콘서트를 열어 유명해진 곳입니다. 오픈 전부터 스마일 모양, 농구공, 지구 같이 구 형태의 이미지로 변하는 프로모션으로 공연계를 연일 들썩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송도에 유치하려 했지만 무산되고, 하남 유치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K팝의 글로벌 확장력을 감안해 영국 런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이어 한국 하남시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상태입니다. 하남시는 이 K팝 공연장을 세계적인 영상 스튜디오가 있는 ‘K-스타월드’ 사업과 연계시킬 계획입니다.
K팝 전문 공연장인 ‘서울아레나’(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 역시 올해 11월 착공에 들어갑니다. 2022년 4월부터 카카오가 사업자로 나섰지만 인허가와 공사비 인상 등의 문제로 미뤄오다 재개되는 겁니다. 올해 하반기엔 인천 영종도에 1만5000석 규모의 한국 최초 아레나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문을 엽니다. 대다수 공연장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접근성 우려가 있지만 공연 맞춤형 음향 설계 등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공연 관계자는 "K팝의 글로벌 확장으로 해외 규모의 전문 공연장이 서서히 생기고는 있지만, 아직 '누가 시험대'가 되는지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모두가 K콘텐츠를 외치는 비슷한 경쟁 상황에서 CJ만의 강점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