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공인중개사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감소한 상황에서 일부 공인중개사들의 전세사기 가담 행위까지 드러나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까닭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주택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달부터 과태료 신설 등을 담을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령이 도입되면서 공인중개사의 설 곳은 더욱 좁아진 모습입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1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전국에서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9584곳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을 닫는 공인중개소는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연속 1000건을 상회하는 상태입니다.
같은 기간 휴업을 택한 공인중개소는 931건으로, 휴폐업 건수는 총 1만515건에 달합니다. 공인중개소 휴·폐업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선 것은 2019년(1만1131건) 이후 약 4년만으로, 개업 사무소 수를 추월한 경우 또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입니다.
고금리로 임대료,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전세사기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하고 불신이 커지자 개업보다 휴폐업을 선택한 것입니다.
수천 수수료 옛말…전세사기 공범 이미지에 이중고
반면 새롭게 문을 연 공인중개소는 올해 8월 기준 826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기준 개업건수는 8768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주택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공인중개사 응시자도 줄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오는 28일 진행되는 제34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 수는 29만2993명으로 지난해보다 9만4712명 감소했습니다. 서울 등 일부 지역 아파트값의 경우 전고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중개업계의 사정은 다른 셈입니다.
홍제동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는 A공인중개사는 “매물은 나와도 막상 계약을 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조이기로 실제 거래는 감소하고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관망세도 짙기 때문입니다.
(표=뉴스토마토)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시세 상승에 대한 확신은 다소 누그러졌다”라며 “추석 이후 시중 금리가 재차 인상되는 기미를 보이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DSR 규제 강화, 특례보금자리론 이용 기준 강화 등 대출을 조이는 정책이 실행됐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아파트 매매거래 신고건수(계약일 기준)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3144건으로 나왔습니다.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1000여건)에 견줘 늘었지만 전월(3840건)과 비교하면 18% 줄었습니다.
여기에 오는 19일부터 도입되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도 공인중개사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시행령 개정령안이 △과태료 부과기준 합리화 △중개보조원 과태료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부당 표시·광고 과태료 하한선은 250만원이고 중개보조원이 신분 미고지시 5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되면서 업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섭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개정 법률에 대한 안내문을 배포하고 설명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서대문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로 인해) 선량한 공인중개사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권리는 없고 의무만 늘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