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특례보금자리론의 지원대상도 모르고 국정감사장에 섰다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 원인을 두고는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설계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규제하면서도, 50년 만기 주택 대출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운영했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금융업계의 탓으로 돌리기 급급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은행들이 최근에 늘린 50년 만기 주담대는 변동금리이고 나이가 60세가 넘어도 상관이 없었는데, 이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생각한다"며 "(금융사들이) 순전히 대출을 늘려 수익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발언했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상품은 34세 이하라는 나이 제한 조건이 있는 고정금리 상품이라는 점에서 금융사가 출시했던 50년 만기 주담대와는 다르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 만기 50년 상품은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로 지원 대상이 명시돼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신혼부부라면 대출이 가능한 것입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정책상품 이용 현황을 보면 34세가 아닌 60대도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기존 40년 만기 주담대만 출시돼 있을 때는 40대 이상 이용자가 3% 수준이었지만 50년 만기 정책 상품을 내놓은 이후 40대 이상 이용 비중이 15%까지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특례보금자리론에 60대 이상 대상자가 있냐"고 반문한 뒤 "이것이 사실이라면 뭔가 잘못 운영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 의원은 "금융위는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나이 제한 등이 없다는 이유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회피라고 규제했다"며 "금융위는 정작 34세 이하나 7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50년 만기 모기지가 DSR 제약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해 6월 내놓은 '새정부 가계대출 규제 정상화 방안'에서 해당 정책모기지를 두고 "최근의 대출만기 확대 추세도 DSR 제약 완화에 도움되는 측면"이라고 기재했습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위원장이 정책금융 상품 지원대상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강 의원의 지적대로라면 정책에 허점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정부와 현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가 상반된다는 지적과 '정책 실패' 진단도 나왔습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다고 밝혔고, 취임 이후엔 민생대책으로 대출규제 완화를 언급했다"며 "반면 대통령을 비롯해 금융당국 수장들은 가계부채를 큰 문제로 지적하면서 정책은 정반대 방향으로 펼쳤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의원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가계부채 관리를 빈틈없이 하라'고 주문했지만, 지난 3월 저점을 찍은 이후 가계부채 총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액은 8월말 기준 1075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지난 4월 증가 전환한 이후 5개월 연속 상승 추세로, 8월에는 6조2000억원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정책 실패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가계부채를 전반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하면서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김소영 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