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7일 오후 3시, 서울 구로구 고척돔 인근은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만 인파들로 들끓었습니다. 중국과 일본, 태국 같은 아시아권부더 캐나다, 미국 같은 영미권 언어들이 뒤섞여 들려옵니다. 공연장 인근 거대 스피커에서 '핑크베놈', '뚜두뚜두'가 터져나오자 댄스 챌린징(핵심 안무를 따라 추는 것)을 시작하고, 핸드폰 직사각 화면들에 담아냅니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서울 고척동 고척 스카이돔(SKY DOME)에서는 'BLACKPINK WORLD TOUR [BORN PINK] FINALE IN SEOUL'이 열렸습니다. 세계 34개 도시·66회차 공연·18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을 기념하는 자리이자 K팝 걸그룹으로는 첫 고척돔 입성의 무대.
이번 투어는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을 시작으로 1년 간 이어왔습니다. K팝 걸그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어이자 BTS에 이어 두 번째 기록입니다. 앞서 방탄소년단(BTS)이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과 2019년 '러브 유어셀프'와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를 합쳐 세계에서 총 62회 공연해 206만2000명을 동원한 바 있습니다.
서울 고척동 고척 스카이돔(SKY DOME)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 'BLACKPINK WORLD TOUR [BORN PINK] FINALE IN SEOUL'. 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번 투어는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두아 리파, 차일디시 감비노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공연을 탄생시켰던 스태프들이 디자인, 세트, 영상 등의 작업에 참여했다는 사실 만으로 일찍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지난해 발매한 정규 2집 'BORN PINK'를 기념하기 위한 투어로, 세계 각국 도시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이벤트도 선보여 해외 매체의 주목을 끌어냈습니다. 이 투어를 돌던 중 세계 최대 음악 축제인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과 영국 하이드파크에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날 '붐바야', '아이스크림' 같은 블랙핑크 대표곡들의 뮤직비디오를 틀어놓던 실내 공연장은 6시18분 무렵 불이 꺼지고, 음압이 껑충 뛰면서 분위기가 삽시간에 달아 올랐습니다. 분홍 뿅봉(응원봉 이름)을 든 '블링크(블랙핑크 글로벌 팬덤명)'들로 넘실댔습니다.
지난 4월 코첼라 공연에서 선보인 한옥 기와 세트의 개조 무대를 정중앙에 세우고, 멤버들은 그 밑 설치된 리프트를 타고 '핑크 베놈'을 부르며 등장했습니다. '하우유라익댓', '프리티 새비지'까지 히트곡 퍼레이드를 연달아 쏟아낸 뒤 돌출형 무대로 나아가 '킥 잇'에선 관능적인 의자 춤을 선보이자, 장내가 진동했습니다.
"지금 전 세계 팬 여러분들도 생중계로 함께 봐주시고 계신데요. 이 에너지로 달려봅시다."(지수) "앉아 계신 분들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주세요."(제니)
서울 고척동 고척 스카이돔(SKY DOME)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 'BLACKPINK WORLD TOUR [BORN PINK] FINALE IN SEOUL'. 사진=YG엔터테인먼트
‘맥시멀라이즈’, 즉 음압과 음량, 음향 효과 등을 모두 꽉꽉 때려넣는 케이팝 사운드의 표준이라 하면 바로 블랙핑크입니다. 세계 수준 기량의 밴드 세션들이 역동적인 라이브 연주로 재탄생시킨 블랙핑크 대표곡들은 스피커를 박차고 나올 천둥 기세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니('솔로'-'유앤미'), 로제('Gone'-'On the ground'), 지수('아이즈 온 미'-'꽃'), 리사('머니') 등 멤버들 각각의 솔로 곡들도 개인별 콘셉트에 맞춰 다르게 표현됐습니다. 지수 순서 때는 시스루 엘이디가 한국 전통 문양을 그려내는가 하면, 리사 때는 수십명의 안무단들이 힙합 사운드에 맞춘 프리스타일의 춤을 추는 식.
'킬디스러브', '러브식걸즈', '불장난', 'Typa girl', '뚜두뚜두'... 블랙핑크 만의 장기인 중독적 '훅'(귀에 확확 감기는 멜로디 반복 구절)을 무대부터 객석까지 화려하게 수놓은 LED 그래픽·레이저·폭죽·불기둥 같은 특수효과와 계속해서 겹쳐냈습니다.
서울 고척동 고척 스카이돔(SKY DOME)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 'BLACKPINK WORLD TOUR [BORN PINK] FINALE IN SEOUL'. 사진=YG엔터테인먼트
앙코르 직전에는 스탭들과 객석 관객들 쪽으로 카메라를 비춰 '댄스 챌린지'를 즉흥적으로 유도하는 재미난 광경도 연출됐습니다. 좋은 공연은 이런 '쌍방향성'과 '우연성'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고척돔을 둥그렇게 도는 리프트를 타고 '스테이'-'붐바야'를 부르며 선물을 나눠주던 멤버들은 "엊그제 일 같은데 월드투어 두번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로제)며 "1년 동안 비행기에서 보낸 다사다난한 시간이었지만 데뷔 7주년(2596일)을 블링크가 아니면 해낼 수 없었다"(제니-리사)고 했습니다. '마지막처럼'을 부르기 전, 멤버들이 1만7500여명(양일 3만5000명 동원)의 팬들과 케익을 놓고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오늘날 K팝이 세계 음악 시장의 주류로 안착해간 데는 팝과는 차별화된 이런 글로벌 팬덤과의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날 공연은 블랙핑크 멤버들과 YG엔터테인먼트 간 재계약 확정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블랙핑크가 되겠다”는 제니의 멘트 외 이날 멤버들은 재계약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자, 주가가 횡보세를 보였습니다.
서울 고척동 고척 스카이돔(SKY DOME)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 'BLACKPINK WORLD TOUR [BORN PINK] FINALE IN SEOUL'. 사진=YG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