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무책임 경영, 회전문 인사, 브라이언 사과하라! 경영실패 책임 떠넘기지 말고 고용안정 책임져라! 일방적 리더십 이제그만, 탐욕적 경영 그만해라!"
체감온도가 30도를 훌쩍 넘은 26일 정오. 검은색 상의를 맞춰 입고 흰 우산을 손에 쥔 카카오 공동체 크루원 300명이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 광장에 모였습니다.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날의 날씨도 회사의 변화를 열망하는 이들의 열정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26일 정오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 광장에서 경영진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진양 기자)
이들이 점심 시간도 마다하고 한 자리에 모인 것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규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일부 공동체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데요. 크루원들은 "경영 실패는 김범수 센터장이 초래한 인맥경영의 한계인데 피해는 오롯이 구성원들이 지고 있다"며 "이제라도 우리가 카카오를 구해야 한다"고 단체 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요구하는 것은 회사와의 소통입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오늘의 행동은 '카카오를 구하라'인데, 카카오의 위기가 일시적인 재무위기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대로라면 제3의, 제4의 위기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공개와 공유를 위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고 있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기대와 설렘은 잊히고 답답한 마음의 이직이 최선의 대안이 되는 현실"이라는 5년 전 크루유니언 설립선언문의 일부를 언급하며 "10년 후에도 이런 상황에 마주할 수 있다"고도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이날 집회가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구조조정 반대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는데요. "구조조정에까지 내몰리게 된 현재보다 그 앞의 원인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 지회장은 "외환이 있을 때 적어도 내부에서라도 단단하게 구성원들과 신뢰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은 것에 아쉽다"며 언제부턴가 당연해진 회사의 불통을 꼬집었습니다.
26일 정오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화섬식품노조 관계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양 기자)
크루유니언은 '브라이언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것으로 30여분의 짧은 집회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회사가 크루들의 요구에 응답할 것이란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는데요. 서 지회장은 "여태까지 수 차례 요구를 했음에도 공식적으로 노조와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만나자고 한다면 당장 만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루유니언은 이날의 행동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회사 측과의 소통에 나설 방침입니다. 단체협약이 개시되는 8~9월부터는 이를 중심으로도 전개를 할 계획인데요.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않는다면 내년까지도 해당 이슈를 끌고간다는 방침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