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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몸집 불리기 독 됐나…위기의 카카오 B2B 사업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희망퇴직 실시…대규모 구조조정 돌입
입력 : 2023-07-19 오후 4:22:28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 공동체에 혹독한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사업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사업 가지치기가 시작된 것인데요. 그 중에서도 기업간거래(B2B)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조직 해체 수준에 준하는 체질 개선을 거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현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 중입니다. 지난 5월 백상엽 전 대표가 클라우드 사업만 남기고 비핵심사업은 철수·매각·양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개시된 공동체 이동 지원 프로그램, 전직 지원 프로그램의 연장선 상에 있는 조치인데요.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퇴직금과 별도로 기본급의 최대 6개월분과 전직지원금이 지급됩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번 구조조정에 따라 1000여명에 이르는 직원 중 80% 이상을 감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업계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내독립기업(CIC)로 출발해 2019년 말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후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메신저, 협업툴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며 몸집을 불려왔지만 명확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14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도의 901억원 적자에서 두 배 가까이 손실폭이 확대됐습니다. 
 
공동체의 B2B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 말고는 회사의 정체성을 정의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엔터프라이즈의 문제로 꼽힙니다. 쉽게 말해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이 없었다는 것인데요.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I만 하더라도 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브레인이 모두 관여하고 있어 "두 회사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그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에 있으면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지난 5월의 미디어 간담회에서 클라우드 사업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엔터프라이즈)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동체 이동 지원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지만 이동을 희망하는 조직에 티오(TO)가 있어야 하고 면접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겁니다. 주요 IT기업으로의 이직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다보니 업계 종사자 사이에선 "진공청소기마냥 인력을 빨아들이더니 이제와서 버리겠다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카카오는 클라우드와 AI를 중심으로 B2B 사업 구조를 다시 짜려합니다. 클라우드는 엔터프라이즈가, AI는 브레인이 맡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엔터프라이즈가 역량을 집중하려는 클라우드 사업의 경우 "국내 3대 업체에도 들지 못할 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무너진 집을 다시 짓는 수준'의 험로가 예상된다"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카카오워크, 카카오 i 라스(LaaS) 등 '아직까지는 종료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사업들'의 처리도 고민거리입니다. 
 
브레인의 경우 AI 사업과 관련해 인력 전환배치 이외에 신규 영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처진다는 게 약점입니다. 지난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출범한 국내 최대 AI 협의체 '초거대AI 추진 협의체'에도 카카오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는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고위 관계자는 "회사 내부 사정 때문에 동참하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최근 이미지를 3초 안에 그려내는 AI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 2.0'을 출시하며 도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본체가 브레인에 유상증자를 통해 7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한 점도 사업 육성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엔터프라이즈에 운영자금 지원을 이유로 1000억원을 대여하기로 한 것과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결정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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