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보험사 배만 불릴 '실손청구간소화법' 정무소위 통과
보험소비자 혜택축소 불가피
입력 : 2023-05-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보험소비자 단체에서는 실손 청구 간소화가 '보험사 배만 불리는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는데요. 보험사가 건강 정보를 손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그만큼 소비자에 지급하는 보험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6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정무위를 통과한 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치며,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집니다.
 
이날 통과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금 청구 시 필요한 서류를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실손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보험사가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보험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중계기관 지정은 향후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중계기관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 개인의 의료정보를 받아 보험사에 전달해주는 중간 역할을 합니다. 보험사들은 중계기관에 청구 전산화 업무를 위탁하거나, 의료기관과 직접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게 됩니다.
 
그간 정무위 법안소위에서는 중계기관 지정을 두고 의견이 갈려왔습니다. 당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물망에 올랐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면서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자는 방안이 급부상했습니다. 법안소위에서는 중계기관 지정에 대한 결론을 시행령으로 미루고, 우선 법안을 처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손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의 편의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시각은 이와 다릅니다. 개인의 건강정보를 민간 보험사가 열람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고액의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4개 환자단체(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루게릭연맹회·한국폐섬유화환우회) 등은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을 반대해왔습니다.
 
환자단체들은 "가입자의 편익을 위하기 보다는 실손 보험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문제점을 숨긴 제도"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1만원짜리 소액 보험 청구 1만건을 지급하면 1억원이지만 중증 암 환자 치료비와 같이 고액에 해당하는 보험금 몇 건만 거절하면, 오히려 보험사는 이익을 보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사단체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법안"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간 심평원 중계기관 지정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의료계는 보험개발원 중계기관 지정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심평원이든 보험개발원이든 민간 보험사에 전송할 목적으로 환자 정보를 집적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사위 등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서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대체 발의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여야가 합의해 추진한다면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법안 저지를 위한 운동은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이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소비자·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면서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허지은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