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정부가 반려동물보험(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들쑥날쑥한 동물 진료 비용을 표준화해야 적정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는데 수의사계의 반발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농식품부, 보험업계, 수의업계 등이 참여하는 '펫보험 활성화 태스크포스(TF)' 내에서 표준수가제(진료비 표준화)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TF는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펫보험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TF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보니 금융당국이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인다"며 "논란이 되는 표준수가제 도입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TF가 출범한 지 8개월여에 접어들었지만 펫보험 활성화의 쟁점 사항 중 하나였던 표준수가제 추진 방안이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28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에서 당국 관계자는 "표준수가제를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비급여 중심인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해 100% 표준화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대신 "진료행위 표준화를 어떻게 앞당길 것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펫보험 활성화의 전제조건인 표준수가제 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을 피력한 것인데요. 표준수가제는 수의사계에서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표준수가제 추진은 수의사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사안이고, 수의료 체계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반면 보험업계는 표준수가제가 펫보험 활성화의 필수 전제조건이라 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을 만들기도, 보험료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동물병원 진료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며 "진료비 기준이 없다보니 보험료 책정이 쉽지 않고, 진료비 자체가 비싼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표준수가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펫보험이 다양하게 출시되기는 쉽지 않고, 보험사들이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의도적인 디마케팅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펫보험 활성화 근간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펫보험 상품을 내놓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몇몇 보험사를 중심으로 펫보험 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판매 의지가 있다기보다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호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한 것"이라며 "보험사의 필요성에 의해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품 자체의 수익성이나 시장 가능성을 염두한 출시가 아닌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열린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