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나에 대한 확신이 있다. 자신감. 내가 결정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김채원) "어둠은 나를 몰아세우고 대답을 강요한다. 포기하든지 아니면 항복하든지."(사쿠라)
불을 붙인 성냥을 뒤로 던져버리고 화염은 앞에 놓인 길을 나란히 비춥니다. 이내 현장 무대 화면으로 전환, '이 모든 것을 태워 빛이 될 것'이라는 이들이 패션쇼처럼 걸어나오며 세계 시청자들과 연결됩니다.
이탈리아 출신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1928~2020)가 남긴 OST의 샘플링과 미국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나일 로저스의 기타 반주가 흐를 때(곡 'UNFORGIVEN'), 이번에는 무대 뒤가 불로 뒤덮입니다.
4세대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첫 정규음반 '언포기븐(UNFORGIVEN)'으로 글로벌 음악 시장을 겨냥합니다. 1일 이례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컴백쇼에서는 'K팝 피라미드'의 꼭지점을 향해 올라온 이들의 서사가 화려한 연출과 휘황한 군무를 휘감고 세계로 뻗어갔습니다.
1일 이례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르세라핌의 컴백쇼. 사진=빅히트뮤직
르세라핌은 방탄소년단(BTS)를 세계적 그룹을 발돋움시킨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전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면서 지난해 데뷔 때부터 주목받은 팀입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완성도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 영상 콘텐츠게 강점이 있는 팀"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룹명 역시 ‘IM FEARLESS’를 애너그램(문자의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놀이) 방식으로 만든 명으로,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자기 확신과 강한 의지를 담았습니다.
이번 신보는 지난해 5월 미니 앨범 ‘FEARLESS’와 10월 ‘ANTIFRAGILE’(안티프래자일)을 연속으로 흥행시킨 직후라 기대감이 큽니다. 특히 히트곡 ‘ANTIFRAGILE’의 경우, 팔 근육으로 강인함을 강조하다가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묘사하는 동작으로 이어지는 '머슬캣' 안무로 신드롬을 만들어냈습니다.
한일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 출신의 사쿠라와 김채원, 한때 발레리나를 꿈꾸다 K팝 세계로 들어온 카즈하, 한때 가수의 꿈을 접으려 했던 허윤진과 가장 늦게 팀에 합류한 홍은채까지, 다양한 배경과 굴곡을 지나온 멤버들의 이야기는 신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4세대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첫 정규음반 '언포기븐(UNFORGIVEN)' 콘셉트 이미지. 사진=빅히트뮤직
신보 타이틀 곡 ‘UNFORGIVEN’는 세상이 정한 룰에서 벗어나 르세라핌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곡. 한국에서 ‘석양의 무법자’로 알려진 미국 서부 영화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메인 테마 OST(엔리오 모리코네 작)를 샘플링했는데, '자신에 대한 확신'이나 '모험' 같은 서사의 압도적인 무드를 내기 위해 넣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컴백쇼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멤버들에 따르면, 이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아이디어였으며, 아들 지오바니 모리코네(Giovanni Morricone)를 통해 샘플링 허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나일 로저스는 해당 곡의 기타 연주에 참여했습니다.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비욘세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호흡을 맞추고, 전자음악 그룹 다프트펑크의 메가 히트곡 ‘Get Lucky (Feat. Pharrell Williams)’에 참여한 인물입니다.
이번 글로벌 협업은 K팝이 세계 팝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장르이며, 또 미국 시장에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리트머스'이기도 합니다. 신보에는 총 13개 트랙 중 기존 6곡에 신곡 7곡이 추가됐는데, 저지 클럽 리듬('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부터 디스코 팝('노-리턴'), 컨트리 록('피어나'), 라틴 팝('파이어 인 더 벨리')까지 북미 시장에서 통할 만한 장르들이 다수 수록됐습니다. 과거 한 다큐에서도 그려졌듯 미국 방문 때마다 카트에 음반을 수북히 쌓고 구매하며 현지 음악 트렌드를 연구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4세대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첫 정규음반 '언포기븐(UNFORGIVEN)' 콘셉트 이미지. 사진=빅히트뮤직
뮤직비디오(곡 'UNFORGIVEN')에는 서부 영화에서 백마, 클래식카, 헬기, 카우걸 모자를 상징으로 삼고 "세상의 평가나 시선에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며 멤버들의 결기를 보여줍니다. 곡 제목과 관련 리더 김채원은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남의 평가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로 받아들여졌다. 늘 하던 대로, 남이 원하는 대로만 했다면 '르세라핌'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례적인 이번 홍보와 유통 전략이 글로벌 흥행과 직결될지 주목됩니다. 이번 컴백쇼 무대 중간 중간에는 야구잠바를 입고 대학생 콘셉트의 숏폼 형식 예능을 연출했습니다. BTS가 초기, 현지 예능과 유튜브 채널 '달려라 방탄'으로 북미시장에 친숙하게 다가갔던 것과 유사합니다. 차별화된 브랜딩으로 K컬쳐 IP산업을 확장할지도 주목됩니다. 최근 르세라핌 로고는 세계적 권위의 3대 디자인 상 중 2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오는 5월7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쎈느에서는 첫 단독 팝업 스토어에는 서울 유명 디저트 전문점들과 협업해 멤버 별 특색에 맞는 케이크를 내놓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오는 5월7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쎈느에서는 첫 단독 팝업 스토어에는 서울 유명 디저트 전문점들과 협업해 멤버 별 특색에 맞는 케이크를 내놓아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빅히트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