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대통령경호처 출신 인사가 건설 관련 전문보증기관인 건설공제조합의 상임감사로 오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건설공제조합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제125회 정기총회를 열고 최윤호 신임 상임감사를 새로 선임했습니다. 임기는 내달 29일부터 3년입니다.
최 신임 감사는 육군사관학교(44기) 졸업 후 지난 1993년 경호공무원에 임명됐고, 대통령경호처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차장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건설공제조합은 "최 감사는 대외협력과 국회 대응 업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토목 공학을 전공했고, 건설 분야 공학박사 학위 소지자로 건설·예산·결산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6일 오전 건설공제조합 노조원들이 낙하산 인사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대통령경호처 출신이 왜?
건설공제조합은 국내 종합건설사들이 출자해 만든 민간기관으로, 1만3000여명의 조합원과 6조5000억원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보증과 자금 융자, 공제 등을 제공하고 있죠.
건설공제조합 노동조합은 업무 연관성이 없는 대통령경호처에서 반복해서 내려오는 인사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이날 오전 건설회관 1층에서 신임 상임감사 선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낙하산 인사 추진 작업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창성 건설공제조합 노조위원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건설 전문보증기관을 이끌기 위해 금융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임에도 업무와 무관한 자를 낙하산 인사로 내정하는 행태는 권력을 앞세운 구시대적 유물"이라며 "대통령실의 묵인 하에 경호처 직원들의 사기 진작 일환으로 펼쳐지는 '제 식구 챙기기'"라고 평했습니다.
이어 "신임 감사가 건설 분야 학위를 소지하고 있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오랜 시간 경호 업무에 몸담았던 인물로 건설업계를 잘 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26일 오후 건설공제조합 정기총회가 열린 가운데 난간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띈다. (사진=김성은 기자)
2004년부터 6번째…"악습 부활"
대통령경호처 출신 인사가 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로 오는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번이 6번째입니다.
지난 2004년 이충수 전 감사를 시작으로 장동걸·이재진·서성동·이영래 전 감사로 대통령경호처 출신 인사 계보가 이어집니다.
2016년 12월 말 서성동 감사의 임기 만료 후 마땅한 적임자가 없어 박재윤 당시 조합원 감사가 상임감사직을 잠시 대행한 바 있습니다.
2020년에는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문식 감사가 선임됐습니다. 신 의원 이후 잠시 끊겼던 대통령경호처 출신의 보은 인사 악습이 윤석열정부 들어 다시 부활했다는 비판입니다.
박 노조위원장은 "공기업이 아닌 건설공제조합은 정부로부터 한 푼도 출자받은 바 없는 순수 민간 조직"이라며 "민간기관까지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습니다.
건설공제조합 사옥. (사진=김성은 기자)
'깜깜이 인사' 논란도
건설공제조합 감사는 총 2명으로 상임감사와 비상임감사 각 1명씩 있습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조합원이 맡는 비상임감사는 판공비만 제공되는 반면 상임감사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상임감사 선임은 운영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총회를 거쳐야 합니다. 노조는 이번 상임감사 선임 절차 중 추천 과정을 공지하지 않고 깜깜이로 이뤄졌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상임감사에 대한 추천 과정을 생략하고, 총회에서 선임 의결과정을 거치는 것은 심각한 선임 절차상 하자"라며 "전문성에 대한 검증 없는 묻지마식 보은 인사로 인한 피해는 조합과 출자주인 조합원사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과다 보수 미등기임원 운용과 신입직원 채용 중단, 영업점 통폐합으로 인한 영업력 저하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외부 세력의 부당한 경영개입과 내부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적임자가 상임감사로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노조는 신임 상임감사의 임기 개시 전까지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