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K팝과 K웹툰의 결합 흐름이 만개하면서 '글로벌 공룡 콘텐츠'로 도약할지 관심이 큽니다. 세계로 뻗어있는 K팝의 글로벌 팬덤 기반의 'IP(지식재산권)' 후광효과가 K웹툰의 무한한 상상력과 결합하면 'K유니버스'를 창조할지 모를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K라는 현상에 지나치게 기댄 나머지 인위적인 콘텐츠의 창작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K팝과 K웹툰 결합이 본격 개화한 시점은 이른 바 'BTS 웹툰'이라 불리는 '세븐페이츠: 착호'였습니다. 작년 1월 시작한 네이버와 하이브의 합작 연재물. 조선 시대 '범'을 잡는 부대 '착호갑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BTS 일곱 멤버들을 범 사냥꾼으로 묘사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일곱 멤버들의 실제 이름과 다르지만, 캐릭터의 전반적인 콘셉트나 이미지는 BTS 멤버들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는 점에서, 그룹의 서사성을 음악 외적 영역으로 확장한 첫 시도였던 셈입니다.
K팝과 K웹툰 결합이 본격 개화한 시점은 이른 바 'BTS 웹툰'이라 불리는 '세븐페이츠: 착호'였다. 사진=하이브
착호 시리즈가 공개된 직후에는 아미(BTS 팬덤명) 사이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웹툰 서사와 방탄소년단의 관련성이 떨어진다거나 방탄소년단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겁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관련 논란이 잠잠해진 상태. 독자 평점도 연재 초반이던 올 초 7~8점대에 머물렀으나 9월 이후로는 꾸준히 9.5점 안팎을 유지 중입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착호'가 처음 나왔을 당시 K팝과 K웹툰 결합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았었고, 그저 'BTS 관련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나머지 대중들의 피로감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후 김초엽 소설가가 직접 쓴 프롤로그를 '크림슨하트'에 붙이는 식으로 퀄리티를 높이는데 주력하면서 웹툰을 '아티스트 IP 기반의 새로운 창작물'로 인식하는 경향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하이브는 스토리사업본부 운영까지 하면서 지난해에만 '슈퍼캐스팅'이란 이름으로 다섯 편의 창작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엔하이픈 '다크문: 달의 제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별을 쫓는 소년들', 르세라핌 '크림슨 하트', 하이브재팬의 신인 앤팀(&TEAM) '다크문: 회색 도시'. BTS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늘 꼽히는 '세계관 구축'을 갓 데뷔 때부터 아예 웹툰과 결합시키겠다는 전략입니다.
르세라핌을 모델로 내세우고 김초엽 작가의 프롤로그 글을 협업해 시작한 '크림슨 하트'. 사진=하이브
특히 K팝과 K웹툰의 결합은 글로벌 OTT의 영화·드라마 산업 강세 속 제작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 큰 요인입니다. 김도헌 평론가는 "비용 많이 들지만 성공 여부에 대한 판가름이 어려운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웹툰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각광받고 있고, (작가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한다는 전제 하) 제작비용도 저렴한 만큼 수요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Z세대의 국내외 팬덤층에도 소구할 수 있고, 동시에 기획사 입장에선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 등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게끔 고유의 IP 효과를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봤습니다.
한편으로는 대형기획사들 주도의 K팝이 K웹툰을 인위적으로 연결하면서 콘텐츠 왜곡 현상을 낳을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초창기 아이돌 그룹별 모델로 스토리를 입혀내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현실 세계에 모델이 없는 가상(버추얼) 4인조 걸그룹('메이브')까지 나온 상황.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재 대형 기획사들이 주도하는 세계관 설정은 과잉 현상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라며 “개별적인 앨범을 스토리텔링으로 묶거나 콘셉트 앨범을 내놓을 순 있어도 그게 자칫 심해지면, 음악과 세계관 관련 콘텐츠 사이 관계는 본말전도로 나아간다. 최근 ‘뉴진스’는 이러한 과도한 세계관 놀이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한 ‘카운터 펀치’”라고 봤습니다.
김도헌 평론가 역시 “아직까지 네이버 웹툰의 전체 순위에서 K팝 관련 콘텐츠가 순위가 높지는 않다”며 “국내든 해외든 대중들에게 K팝 서사를 납득시킬 수 있는 방향성을 획득해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짚었습니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K현상 문제를 "과도하게 산업화하고 성공을 위한 사업전략으로 공식화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합니다.
류웅재 교수는 "서구의 수용자가 K팝이나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을 자발적으로 즐기는 행동은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수행하고 삶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며 "모든 문화와 이의 수용 및 향유가 가지는 보편적인 측면임에도, 이를 문화산업과 국가이미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내세우다보면, 해당 문화가 애초에 담지하던 창발성이나 실험성, 사회변화에 대한 혁신적 가능성을 왜곡하거나 변질시킨다는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류 교수는 "K팝에 K웹툰을 인위적으로 연결하거나 ‘끼워 넣는’ 전략은 K팝이 지니는 음악적 실험성이나 창조성, 동시에 친근함과 참신성을 훼손하고 자율적이고 보편적인 문화적 생산과 소비의 메커니즘과 풍경을 형해화하고 그 동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데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봤습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주도하는 그룹 뉴진스는 별다른 세계관 없이 90년대 Y2K 정서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콘셉트 만으로 업계와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해당 사진은 팬들과 소통하는 앱 이미지. 사진=어도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