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도심 모습.(사진=백아란기자)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연초 회사채 발행에 나선 건설사들이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하며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지만, 표정은 밝지 않은 모습입니다.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이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조달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한 상황에서도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사 신용위험이 부각되며 기관 투자자의 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까닭입니다. 특히 비우량등급 건설사의 경우 자금 확보를 위해 다소 높은 금리를 감수하는가 하면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목표물량을 확보하면서 미매각을 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건설업종, 상반기 만기도래 회사채 1조3000억원 달해
15일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GS건설, SK에코플랜트, 태영건설, 한신공영, 동부건설, 한양, 계룡건설산업 등 건설업종 회사채(사모 포함)는 총 147건으로 발행금액은 1조277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발행액이 가장 큰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로 오는 4월 2000억원(SK건설167 사모)을 비롯해 6월에는 1000억원(SK건설162-2)이 만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태영건설은 다음달 1400억원 규모의 회사채(태영건설67) 만기가 예정돼 있으며 GS건설과 한신공영도 올해 상반기 중 각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합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 유동성 대응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건설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는 점입니다.
실제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건설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만기를 2024년 1월까지로 1년으로 짧게 잡고 원금상환과 이자지급(연체이자 포함) 등 일체의 지급의무에 대해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인을 서기로 하면서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A+’으로 올렸습니다.
이 결과 롯데건설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총 25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며 완판됐지만, 기관투자자의 주문은 400억원에 그쳤으며 채안펀드(1200억원)와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900억원)의 지원이 주효한 역할을 했습니다.
만기도래 앞둔 주요건설사 회사채 (표=뉴스토마토)
수요예측서 완판했지만 넘어야할 산 많아
지난 3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HL D&I(에이치엘 디앤아이한라)는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는데 국내 기관투자자의 응찰 금액은 140억원(5건)에 불과했습니다. 남은 물량은 산업은행이 인수하기로 하면서 미매각을 피했습니다. 비우량등급(BBB+)이 가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만기를 1년으로 짧게 잡고 무보증사채의 공모금리도 희망밴드 최상단인 연 9.00%로 정했지만, 아직 기관투자자의 수요는 높지 않은 셈입니다.
건설업계에서는 회사채 투자심리가 위축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채안펀드와 같은 정부의 지원사격이 사라질 경우 사채 만기가 도래한 건설사들은 채권 재발행이 아닌 현금 상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건설사라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차환하지 못하는 등 디폴트 현실화 가능서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건설사 회사채가 계열의 보증과 채안펀드 참여 등 정책자금 지원을 받아 발행할 정도로 제한적으로 이뤄진 만큼 건설사 보증 PF-ABCP금리 하락과 같은 투자 유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작년 건설사 회사채 만기 대비 차환이 34% 밖에 되지 않았던 점과 최근 건설사의 보유 현금성 자산이 작년 대비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건설사 회사채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발행이 절실하다”면서 “건설사 회사채 발행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장 금리와 큰 폭으로 괴리를 보이는 A2등급 건설사 보증 PF-ABCP금리의 하락 안정화가 필요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