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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암전 속 묵념…이태원 참사 추모한 마이클 볼튼
그래미 2관왕 팝 거장…일흔에도 음색은 그대로
입력 : 2023-01-16 오후 3:44:0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언젠가는 이런 고통에도 웃을 수 있을 겁니다/어떻게든 이런 상실을 이겨낼 거예요/ 몸을 적신 비가 끝내 마르듯/ ... 당신의 세상이 무너졌다고 생각할 테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해요/ 시간, 사랑, 그리고 다정함 만이 결국 상처 난 마음을 치료해준다는 것을.'(곡 'Time, Love and Tenderness' 가사)
 
마이클 볼튼(70)의 노래에는 인류 DNA를 자극하는 보편의 정서가 묻어납니다. 상실과 치유에 관한 문학적 가사, 삶의 회고 같은 부드럽고 다정한 선율. 
 
하물며 이런 노래가 시대의 아픔을 위무하며, 사회의 거울이 된다면. 15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마이클 볼튼의 9년 만의 단독 내한 공연. 볼튼의 무대 자체만 놓고 보면, 노래가 무자비한 광음(光陰)의 주행을 거스를 수 있고, 인종을 넘어 연대의 끈이 될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준 자리였습니다.
 
15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마이클 볼튼의 9년 만의 단독 내한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볼튼은 1979~1980년 메탈그룹 '블랙잭'의 멤버 출신이자 싱어송라이터로 국내에 잘 알려진 팝스타입니다. 지금까지 75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으며 그래미 어워드 2회 수상,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6회를 수상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80~90년대 솔로 활동부터 백인 뮤지션으로서는 드물게 레이 찰스(1930~2004)와 마빈 게이(1939~1984) 같은 흑인 알앤비(R&B) 거장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솔 음악을 부르는 백인을 지칭하는 '블루 아이드 솔(Blue Eyed Soul)'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1993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백악관에서도 공연한 바 있습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키스, 케니 로저스, 케니 지, 셰어 등 유명 아티스트들에게 곡을 줬고, 특히 밥 딜런과의 함께 만든 'Steel Bars'는 그의 메가 히트곡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2006년을 시작으로 2012년, 2014년 내한 공연으로 한국 팬들과 만나왔습니다. 이번 공연은 원래 지난해 11월로 예정했지만, 이태원 참사로 약 2개월 연기된 후 열린 자리였습니다. 이날 저녁 7시 20분께 무대에 오른 볼튼은 불멸의 히트곡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부르며 무대 위로 등장했습니다.
 
15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마이클 볼튼의 9년 만의 단독 내한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953년생 올해 고희(古稀)를 맞은 이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 거장의 목소리에는 이끼가 끼지 않았습니다. 로보트처럼 꼿꼿이 선 자세였음에도, 모든 에너지를 흉부에 집중시킨 듯한 긴장감이 돔 전체를 지배했습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일흔이라는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음색이었습니다.
 
첫 곡을 마친 뒤 "이태원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추모의 시간도 제안했습니다. 암전된 무대 위로 2분여간의 정적 끝에 그는 "동참해줘 고맙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투 러브 섬바디'(To Love Somebody), '새드 아이 러브드 유…벗 아이 라이드(Said I Loved You…But I Lied)'에 이어 세기의 명곡 '메이크 유 필 마이 러브(Make you feel my love) '를 부르기 전에는 "이 노래를 계기로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웬 어 맨 러브스 어 우먼'(When A Man Loves A Woman), '하우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리브 위드아웃 유'(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 '스틸 바(steel bars)' 같은 히트곡들을 건반과 기타, 드럼, 베이스, 코러스 합창의 풍성한 소리 확장의 사운드로 꾸민 점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5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마이클 볼튼의 9년 만의 단독 내한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검정 기타를 메고 무대 끝 자리에서 연주하다가, 마이크스탠드를 들고 무대를 천천히 산책하듯 거닐며 노래했습니다. 합창과 합주가 완벽한 선율을 만들어낼 때, 주먹을 불끈 쥐고 어퍼컷 퍼포먼스를 해내기도 했습니다. 주로 객석을 메운 중장년층 세대들은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 별 응원봉을 들고 호응했습니다. 무대를 나오는 관객들 중에는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헤어지는 인사 대신 'make you feel my love'라며 마음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전날부터 이어진 이번 볼턴의 공연은 주최 측의 진행 미숙에 따른 불만도 동시에 제기됐습니다. 볼턴의 단독공연임에도 특히 첫날엔 앞선 게스트들의 공연 시간이 100분 이상이 소요됐고, 정작 볼턴의 러닝타임은 1시간 10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10만원대가 넘어가는 티켓 가격을 감안하면, 관객 입장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공연주최사인 KBES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첫날 관중들을 중심으로 환불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인터파크티켓 평점은 첫째 날 공연이 끝났을 때 10점 만점에 2.1점에 불과했습니다. 
 
한 공연관계자는 "일흔의 나이에도 정말 목소리 하나는 타고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성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졌다"면서도 “주최 측이 사전에 볼턴의 단독 공연이라고 명기하기보다는 합동공연임과 공연 러닝타임을 잘 설명했어야 했다. 돔 2, 3층이 비어있는 광경을 보면서 그보다 작은 공연장을 빌렸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기획의 무리수였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15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마이클 볼튼의 9년 만의 단독 내한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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