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이한준 LH 사장,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 (사진=각사)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국내 건설 업계를 이끄는 토끼띠 수장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로 검은색은 지혜를, 토끼는 성장과 풍요를 상징하는 만큼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힘겨운 때를 보내고 있는 건설 업계를 구해낼 '교토삼굴(狡兎三窟·영리한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굴을 세 개 파 놓는다는 의미)'의 지혜가 절실한 까닭이다.
2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토끼띠 최고경영자(CEO)·대표 등 수장으로는 1951년생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비롯해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양동기 건설 부문 대표이사 부사장, 오너 일가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 이성희 재무본부 총괄 전무(사내이사) 등이 꼽힌다. 이들에게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녹록지 않은 건설·부동산 시장 여건 속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지난해 11월 제6대 LH 사장으로 취임한 이한준 사장은 일부 직원의 투기 사태로 훼손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주거복지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정부가 '250만호+α' 주택공급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를 감축하고 투기 재발을 막는 한편 공공 임대주택 품질향상 등 주거복지 실현도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사장은 매년 1000억원의 예산을 별도 편성해 임대주택의 편의·안전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부동산 투기 행위 등 불공정·부조리 해소 △전관예우 근절 △성과중심 인사체계 개편 등 'LH혁신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혁신계획과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올해 취임 2년 차를 맞는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1963년 출생으로, 건설사 대표 토끼띠 CEO다. 백 사장은 지난해 한남2구역 재개발과 수원 두산우성한신아파트 리모델링, 서울 삼익파크아파트 재건축 등 15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도시정비사업부문에서 첫 5조원의 수주액을 달성한 만큼 올해도 재개발·재건축과 함께 가로주택정비사업, 리모델링 등에서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이 7조2109억원으로 연간 목표(10조원)의 72%를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5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8.5%에서 7.1%로 하락했다. 덩치 대비 내실이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 기조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조달 여건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작년 3분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0.3%로 전년 말(225.1%)보다 24.8%포인트 줄었지만, PF 대출 보증잔액과 미착공 PF 잔액은 각각 1조1736억원, 9496억원으로 전년 말에 견줘 각각 3배, 4배가량 많은 상태다.
백 사장은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사업본부를 수주·영업조직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공영업 조직을 CEO 직속으로 편제하는 등 '현장' 최우선 경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또 해외 투자개발사업 강화를 위해 전략기획본부 산하에 '해외사업단'을 신설하고 모회사인 중흥그룹과의 시너지도 도모하기로 했다.
양동기 효성중공업 건설부문 대표이사(부사장) 또한 1963년생인 토끼띠로, 효성의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할 임무를 갖고 있다. 작년 3분기 효성그룹의 지주사인 효성과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등 주력 계열사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유일하게 효성중공업만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특히 효성해링턴플레이스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등 효성 건설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효성중공업은 전력사업부문의 전력공급, 에너지 절감 기술과 건설부문의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에 진출하는 동시에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과 수소충전소 건설·운영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수직계열화된 수소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금호건설과 서희건설 등 건설사 오너 일가 중 토끼띠 임원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사장의 경우 1975년생으로 현재 금호건설의 관리부문을 담당하는데 그친 상태여서다. 금호건설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후 중견기업으로 덩치가 줄어들고 작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 또한 1년 전보다 77% 급락한 만큼, 명가의 부활을 위해 박 사장의 역할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서희건설의 자금줄을 잡고 있는 이성희 이사(전무) 역시 1975년생이다. 이 전무는 이봉관 회장의 차녀로, 주식 투자 등 재무본부를 총괄하고 있어 유동성 관리 등 재무건전성 강화와 수익 개선을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이 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서희건설은 한때 건설업계 주식투자 고수로 꼽혔지만 지난해 하락장에 금융손실을 입었다는 점에서 리스크와 재무 관리가 필요하다.
홍세진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단기간 내 주택 시장의 활성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택 현장별로 분양실적, 공사대금 회수현황, PF 우발채무의 차환이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