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시행하지만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 경감 보다는 취약차주의 부실 대출을 선제적으로 털어내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서민경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당정이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 명목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를 주문하자, 시중은행들이 새해부터 1년간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결정했다.
신한,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차주 대상으로 1년간 가계대출 상품 종류와 무관하게 중도상환수수료를 일괄 면제한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내부 신용등급 하위 30% 고객 중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1년간 면제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2일부터 내부 신용등급 5구간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를 1년간 면제한다. 기존 당정 협의 사항이었던 등급하위 30%(신용등급 7구간 이하)보다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또 가계대출 중도상환 해약금 면제 가능 시기도 기존 대출 만기 1개월 전에서 3개월 전으로 늘려 면제 대상을 확대했다.
하나은행은 서민 취약계층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한시적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상은 상환일 직전 월말 기준 KCB신용평점 하위 30%(신용등급 기준 7구간 이하) 차주다. 전산프로세스 구축 등 제반 인프라 준비를 마치는 대로 이달 안에 중도상환수수료를 일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외부 CB(신용평가사) 7등급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NH농협은행은 1월붙 취약 차주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가 약정기간 만기 전에 대출금을 상환했을 때, 은행이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비용 일부를 보전받는 수수료다. 통상 수수료율은 가계대출은 0.5~1.4%, 기업대출은 0.9~1.4% 수준에서 책정된다.
문제는 한시적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로 실제 혜택을 볼 차주들이 많지 않다는 실효성 논란이 있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더 낮은 금리로 이동하는 대환대출이나, 이자 내기도 힘든 취약 차주들이 미리 원리금을 상환해 실제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신용자 구간부터 부실 대출 리스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평균금액은 2009억4200만원으로 지난해 말(1955억3900만원)보다 2.76%p 증가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금액은 하나은행이 2902억7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은행 2394억8300만원, KB국민은행 1939억9700만원, 우리은행 1575억1000만원, 농협은행 1234억45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실효성 크지도 않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로 부실 대출을 털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 대출 리스크가 늘어날수록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명목은 금리·물가 상승으로 인한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지만 실제는 부실 우려가 높은 차주를 겨냥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라는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