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실 경고음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고 대출금리도 같은 폭으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0.25∼0.50%p 더 오르면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4%대 후반이었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신용대출 최고 금리가 1년도 안 돼 7%대에 육박했다.
가파른 자영업자대출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부실 리스크도 신용위기에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어난 101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차주별 대출 증가율은 취약차주가 18.7%로 비취약 차주(13.8%) 보다 가팔랐다. 더 큰 문제는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자영업자의 부실위험 규모가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돼 신용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상승세는 계속되는 반면 경기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 회복세가 둔화하고 금융지원정책 효과도 소멸할 경우, 취약차주 부실 위험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신용위기가 현실로 닥칠 우려가 크다. 인상된 기준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되면 기업들도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건설과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 리스크가 지금 같은 추세로 빠르게 확산되면 1년 내 금융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전문가 7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8.3%는 1년 이내에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는 최대 위험 요인으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69.4%)와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위험 증가(62.5%),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 및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48.6%) 등이 지목됐다.
주요 리스크 요인 중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위험 증가와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 및 우발채무 현실화, 국내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 등의 리스크는 1년 이내에 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회사채 시장이 두 달 만에 상환액보다 발행액이 많은 순발행 상태로 돌아섰지만,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 않아 기업의 신용 위험은 여전한 상태다. 국고채와 비교해 회사채의 금리가 높은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는 의미로, 그 격차가 클수록 기업의 신용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 9월 초 100bp를 밑돌았던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과 국고채 3년물 간 금리 차이가 12월에는 170bp 이상으로 벌어졌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복합위기 영향으로 부실 징후를 드러내는 기업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채권은행이 올해 정기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185개사가 부실징후 기업(C·D등급)으로 선정됐다. 이는 전년 대비 25개사 늘어난 수치다.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규모가 지난 9월 말 기준 1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내년 경기 지표 역시 올해 상황보다 크게 개선될 징후가 없는 상태에서 한계기업의 신용 리스크는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전세계적으로 금융긴축과 고물가 여파가 확산되면서 금융 혼란이 가중되고 성장둔화도 본격화 될 것으로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