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창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급급매 위주로 매물은 있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요. 무엇보다 거래 활성화가 우선입니다." (노원구 하계동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25일 찾은 노원구와 도봉구 일대 부동산은 고요했다. 살을 에는 한파 만큼 시장도 차갑게 얼어붙은 듯 했다. 집값 급등에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온도차가 컸다.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서울 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이 많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 매수세가 몰렸던 곳이다.
이에 아파트값도 크게 올랐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 기준, 노원구는 지난해 8월 넷째 주 0.39%의 상승폭을 보인 바 있다. 같은 주 서울 전체 평균은 0.22%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가격은 무섭게 빠졌다. 올 하반기 완전히 하락세로 전환한 뒤 낙폭을 늘린 결과 이달 셋째 주 △노원구 -1.34% △도봉구 -1.26% △강북구 -0.96%를 기록했다. 노원구는 서울 25개구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노원역 인근 재건축 단지인 '상계주공 6단지'의 경우 전용 58㎡가 지난해 9월 최고 9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3억7000만원 내린 5억7000만원에 지난달 매매됐다. 도봉구 창동의 '동아청솔'아파트 전용 59㎡는 지난해 7월 최고 8억8000만원에서 지난달 5억6500만원으로 3억원 가량 내린 가격에 팔렸다.
실제 현장에서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급매를 내놓고 있다고 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9억 중반에 거래됐던 매물이 지금 3억원 낮춘 6억 초반에 몇 개 나와있다"며 "매수자가 살 의향만 확실하면 5억 후반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그러나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심화돼 급급매에도 반응이 빠르진 않은 상황이다. 노원구 하계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조금만 저렴하면 거래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면서 "금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뒤로는 구매를 생각조차 안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수억원 저렴한 급매물이 이따금 나와도 매수를 미루고 있다"며 "앞으로 금액이 조금 더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 보겠다는 심리"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급매가 많은 것도 아니다.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자 부담이나 생활고를 못 버티고 가격을 내려서라도 파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호가를 낮추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일부 다주택자와 영끌족들은 버티기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보기 상황에 거래절벽은 극심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집계가 완료된 올 1~10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각각 △노원구 743건 △도봉구 352건 △강북구 177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노원구 3718건 △도봉구 1747건 △강북구 873건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재건축 규제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지만 이같은 호재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창동역 일대 공인중개사는 "재건축도 경기가 좋을 때 말"이라며 "금리는 높고 아파트는 팔리지 않는데 재건축이 문제가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다만 재건축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매물 회수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상계동의 공인중개사는 "최근 상계주공 6단지에서 매도자 3명이 매물을 일단 거두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들은 가격 추이보다 거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계동의 공인중개사는 "현재 급매 위주의 가격이 시세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거래부터 활발히 이뤄져야 가격이 정해지는데 지금은 매수자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