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7일 정례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연말 특별사면 명단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단행되는 이번 특사는 정치인에 방점이 찍혔으며,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정례 국무회의는 통상 격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번갈아 가면서 주재한다. 20일 국무회의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만큼, 오는 27일 국무회의 주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윤 대통령이 맡을 예정이다. 먼저 법무부는 23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연말 특사 대상자를 심사한다. 사면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노공 법무부 차관, 신자용 검찰국장, 김선화 대검찰청 송무부장 등 내부위원 4명과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외부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한 장관은 사면위 심사를 거쳐 선정된 대상자들을 윤 대통령에게 상신한다. 윤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사면은 28일 0시부로 단행된다.
20일 복수의 여권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면위 심사에 오를 1차 명단이 취합된 상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횡령 및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만기 출소 시점은 이 전 대통령이 95세가 되는 2036년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형집행정지 만료일은 오는 28일로, 이 전 대통령 측은 형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9일 이 전 대통령을 찾아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 자리에서 사면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령인 데다, 전직 대통령의 장기 수감은 국가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공개적으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했으나 갈등 끝에 불발됐다. 이후 지난 광복절 특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이 유력하게 전망됐으나 낮은 국정 지지율과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어야 했다. 때문에 광복절 특사는 정치인은 배제한 채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경제인 위주로 단행됐으며, 그 폭도 크지 않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실에서 이번 사면을 주도하는 인물은 주진우 법률비서관으로 파악됐다. 주 비서관은 대표적인 검찰 내 윤석열 사단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야권 인사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그가 복권 없는 사면을 거부하며 가석방 불원서를 내 최종 명단에 포함될 지는 확실치 않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지사를 '대선에 개입한 중대한 범법자'로 바라보지만 여야 형평성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여권 인사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야권 인사로는 한명숙 전 총리와 전병헌 전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용산 대통령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인의 포함 여부도 막판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한상의와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는 지난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을 최상단에 올리며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경제 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재계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특사가 단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중근, 박찬구 두 사람은 호남 출신으로, 이들에 대한 복권은 호남에 대한 배려와 국민통합 차원의 명분도 있다.
다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경우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서 탐탁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죄질이 좋지 않은 데다, '황제보석' 등 여론도 극히 부정적인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여러 접촉 면을 통해 펼쳐지고 있는 전방위 읍소가 오히려 대통령실의 심기를 자극했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대규모 고용과 투자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경제살리기 차원의 진정성이 아닌 '이호진 구하기' 차원의 전략적 접근으로, 오히려 부작용만 커졌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