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 ‘굴’을 모티브로 제작한 동명의 공연이 12월 22~23일 양일간 김희수아트센터 아트갤러리에서 선보여진다. 피리와 보컬, 시각적인 장치를 더해 글을 음악의 형태로 옮긴 컨템포러리 클래식 공연이다.
단편 소설 ‘굴’은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가 1884년 문학잡지 《자명종(Budilnik)》에 게재한 소설이다. 아버지와 함께 모스크바 거리에서 구걸하는 소년이 음식점에 걸린 굴이라는 글자를 처음 보고, 생전 보지도 먹지도 못한 굴을 상상하고 경험하는 장면을 생생하고도 기이하게 묘사한다.
공연 전반에 흐르는 음악은 먹는 상상, 먹히는 상상, 먹히는 광경 총 세 막으로 구성됐다. 굴에 대한 상상을 인간의 욕망이라는 음악적 은유로 표현한다.
작곡과 피리 연주를 맡은 김시율은 독창적인 운율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다. 이전에도 위계 질서에 대한 불만과 조롱을 즉흥 음악으로 구성한 <피리독신>, 산조에 의미를 부여한 작품 <바라보기:산조>, 제주 4?3으로부터 발현된 감각의 퍼포먼스 <[섬:섬]>, 이를 더욱 발전시킨 피리와 스트링 콰르텟 공연 <4 3> 등의 작품을 내왔다.
연출을 맡은 강량원은 신체 움직임의 조화를 더한 시적인 연극을 만들고 있다. 극단 ‘동’에서 ‘월요연기연구실’ 모임을 열어 현 시대의 인간을 표현하기 위한 연극 형식과 연기 방법을 고민한다.
무대 위에는 사람 실물 크기의 인형이 설치되는 것이 특이점이다. 인간 중심의 공연에서 벗어나 객관적 존재를 표현하는 작업을 시도하려는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함께 했다.
'굴' 이후 후속 공연도 나올 예정이다.
김시율 작곡가. 사진=센터코퍼레이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