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1~3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높여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낮은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2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 희망 범위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실손보험 손해율을 감안해 인상이 필요하다며 다수 보험사들이 15% 내외의 보험료 인상 폭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21년 130.4%로 전년 동기 대비 0.5%p 증가했다. 업계는 2022년 손해율이 133.6%에서 2026년에는 147.3%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손보업계가 실손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손해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 말고도 한 가지 요인이 더 있다.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가 기존 1~3세대 실손 가입자가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혜택을 주고 있지만 전환 규모는 미미하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 2021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한 경우는 약 38만건이다. 이 기간 1~4세대 실손보험 가입 건수는 2950만건으로, 4세대 전환율은 1.3% 수준이다. 같은 기간 4세대 실손보험 신규 가입 건수(91만건)를 감안하더라도 전체 실손보험에서 4세대 가입 건수(129만건) 비중은 4.4%에 불과하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규모(약 3900만명) 대비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수를 비교하면 그 비중은 3.3% 남짓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을 유도하려면 1~3세대 보험료를 적정하게 받아야 한다"며 "손해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는데 1~3세대 보험료를 낮춰놓으면 손해율 개선이 안 된다"고 밝혔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이전세대 실손보험보다는 낮지만 자기부담률이 높아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손해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보험사는 4세대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자기부담률을 의식하는 보험 가입자들이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다면 보험료가 낮은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에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병원에 자주 가야 한다면 자기부담 비율이 높은 4세대 실손보험보다 기존 실손보험이 보다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올해까지 이뤄지는 보험료 할인 혜택도 한달 뒤면 종료되기 때문에 전환을 유도할 요인이 크게 줄어들게 돼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손보업계는 올 연말까지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손보업계는 1~3세대 실손보험료 인상을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4세대 전환 가입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매월 4세대 전환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전환을 유도하는 가장 큰 요인이 사라지고 나면 전환 유도가 더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에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 = 보험업계, 그래픽 = 허지은 기자)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