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1968년 북에 납북됐다가 귀환한 뒤 오히려 반공법 위반자로 몰려 처벌받았던 어부들이 50여년만에 명예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지청장 오종렬)은 "1968년 동해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가 1969년 귀환 후 반공법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건설호·풍성호 선원 9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고 24일 밝혔다. 재심은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직권으로 청구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과 같은 사건으로 처벌받은 선원 일부는 앞서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됐고, 피고인들의 신속한 명예회복과 권리 구제를 위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진실화해위원회도 올해 2월8일 건설호·풍성호 귀환 선원들에 대한 재심 청구를 검찰에 권고한 바 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1960년대 동해안 등에서 조업 활동을 하던 어선들이 북한에 납북됐가 귀환하는 일들이 빈발하자 어로저지선을 남쪽으로 변경 조치했다. 그러나 조치 이후에도 어부들이 어로저지선을 월선하거나 북한쾌속정이 남하해 우리 선박을 나포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자 정부는 1968년 11월 어로저지선을 넘어 납북되는 선원에 대해 반공법, 수산업법 등을 적용하는 등 강경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 1980년대 초까지 납북 후 귀환한 선원들이 수사기관에 구속된 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건설호와 풍성호도 1968년 11월 거진항을 출발해 동해상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중 납북됐다가 다음해 5월 귀환했다. 정부는 나포됐던 어부 13명을 귀환 직후 고성군 공공기관에 분산 수용한 뒤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으로 구성된 합동신문반을 통해 조사했다.
합동신문반으로부터 어부들을 인계받은 경찰은 이들을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조사하다가 13일 후에야 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어부들을 반공법위반·국가보안법위반·수산업법위반죄로 기소했고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각 어선 선장에게 징역 1년씩을, 선원 11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씩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1969년 9월 그대로 확정됐다.
53년 후인 올해 11월 9일 어부들 중 3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에서였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유족 중 또 다른 1명이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아직 재심결정을 하지 않았다. 속초지청 관계자는 "이 유족이 낸 재심청구와 관련해 무죄 취지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번에 재심을 청구한 9명인 총 13명 가운데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거나 재심 심사 중인 피해자 4명을 제외한 나머지다.
검찰은 "앞으로도 유사한 납북귀환 사건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면밀히 살피고, 피고인들의 명예회복과 권리구제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