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금융당국이 40년 만에 금산분리 규제 빗장을 풀기 위해 본격 착수했다.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금융회사의 자회사 출자 제한, 부수업무 확대 등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단, 일각에서 우려하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허용하는 것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개선 방향'을 밝혔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산분리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고 내년 초 구제적 방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 간의 결합을 제한하는 것으로, 지난 1982년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 도입으로 두 업종 간 소유·지배가 제한되고, 금융자본의 비금융업 영업엔 제약이 뒤따랐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화와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금산분리 제도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안정 유지 등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금융산업이 디지털화 등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 규제를 손보기로 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금융산업이 디지털화와 빅블러 등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기본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앞으로도 금융안정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을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 범위를 법령에 어떻게 규정할 지에 대해 크게 △현행 포지티브를 추가 보완하는 방식 △네거티브 전환을 하면서 위험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하고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포지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는 방안은 현행과 같이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되, 기존에 허용된 업종 외에도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기존 제도의 틀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감독규정 개정이나 유권해석 등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고,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허용 업무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두번째 상품 생산·제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전면 허용하는 포괄주의(네거티브 방식)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대신 자회사 출자 한도와 같이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게 된다. 새로운 업종이 출현하더라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하고 금융회사가 다양한 비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돼 인력·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법 개정이 필요해 시일이 소요되고,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금융회사가 비금융업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영세사업자 등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회사 출자는 포괄주의로, 부수업무는 열거주의로 하는 방식이다. 자회사 출자 규제는 유연하게 하되, 부수업무는 은행 본체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확대한다는 취지다. 이 방안은 리스크와 이해상충 우려를 줄이고, 자회사 출자는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회사 출자 관련 네거티브화는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자회사를 통한 다양한 비금융업 수행에 따른 리스크 관리 부담 증가, 이해관계자간 갈등 소지 등의 단점도 있다.
다만 신 국장은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지배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금융위는 금융사의 업무위탁 규율체계도 정비하고 위탁이 가능한 업무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투자업자에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은 내부통제 등을 제외한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은행, 보험, 저축은행, 카드사 등에 적용되는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은 본질적 업무 위탁을 금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업권에 따라 업무위탁 근거규정이 상이하고,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 여부도 달리 적용되고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에 △업무위탁 규정의 상위법 위임근거를 마련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율체계를 통합·일원화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정상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허용 방식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 개선과 관련해 금융권과 핀테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해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심의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산분리 제도 개선안을 논의, 내년 초 구제적 방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금융위)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