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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신화'의 이면)부친 뜻 잇는다더니…방치된 장학사업
부친 설립 용문장학회, 최근 사업부진으로 2년연속 교육청 '경고'
입력 : 2022-11-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부친께서는 장학회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계셨다. 그 뜻을 받들어 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통해 반환받는 유류분 역시 장학회에 기부하겠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모친 유산 중 자기몫을 달라며 동생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부친의 유지를 잇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용문장학회는 정 부회장의 부친인 종로학원 설립자 고 정경진 회장이 1967년 설립한 유서 깊은 장학재단으로, 정 회장은 생전에 각별한 정을 쏟았다. 전 종로학원 관계자들은 "장학회를 만든 뒤 근 50년간 매년 5000만원 안팎의 장학금을 지원했고, 정 회장이 직접 전달식에 참여해 학생들을 격려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병세가 깊어지고 정 부회장이 그 빈자리를 대체하면서 용문장학회의 장학사업 실적은 급속히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2일 국세청이 공시하는 공익법인 결산자료를 보면, 용문장학회의 장학금 지급 규모는 자료가 남아 있는 2014년 5300여만원에서 이듬해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2792만원(2015년)→1645만원(2016년)→1844만원(2017년)→1208만원(2018년)→1732만원(2019년)으로 확인된다. 고 정경진 회장은 2016년 무렵부터 병세가 깊어졌고 2020년 11월 별세했다. 특히 정 회장이 별세한 2020년에는 장학금 지급 실적이 '0원'이었고, 2021년에도 500만원에 그쳤다.
 
(이미지=뉴스토마토)
 
2년 연속으로 장학사업을 방치하다시피 하자, 감독관청인 안성교육지원청은 2020년과 2021년 용문장학회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교육청 관계자는 "2020년과 2021년에 장학사업 실적이 미흡해서 '목적사업 수행실적 부진'으로 경고 처분을 한 바 있다"면서 "공익법인은 1년 내 출연재산 운용소득 중 70%를 사업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기간 장학회의 자산은 급속히 증가했다. 용문장학회의 결산자료를 보면 2014년 8억여원이었던 재단 자산규모는 2020년 20억원대로 2배 이상 늘어난 뒤 2021년 말 다시 3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정경진 회장 별세 뒤 장학회의 몸집을 크게 키우면서도 정작 본업인 장학사업은 방치한 셈이다.
 
정 부회장은 종로학원 운영법인인 입시연구사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기 시작한 2015년 교육사업을 매각하고, 종로학원 건물 등에 대한 부동산 임대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서울PMC로 사명을 바꿨다. 장학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유산 관련 소송을 벌이면서 용문장학회를 앞에 내세웠지만, 학원을 물려받아 임대사업으로 돌아서고 장학사업에도 뒷짐을 지는 등 '부친의 유지를 잇겠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며 "동생들과 유산 다툼을 벌이는 데 대한 사회적 지탄을 피하려는 명분용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측을 통해 "용문장학회와 정 부회장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면서 "2020년과 2021년 장학금 수혜자가 없었던 이유는 이자수익이 없어서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기간 장학회는 8억원대였던 자산 규모가 기타소득 등으로 30억원대로 급속히 늘어 재정이 충분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학회가 가지고 있던 토지를 팔아 현금을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이 장학회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장학회가 고 정경진 회장의 분신과 같은 재단이고 부친의 가업을 승계한 정 부회장 스스로 2020년 장학회 이사로 등재됐다. 현재의 이사 7명도 전원 정 부회장 측근이나 주변 인물들이다. 특히 2020년 대표를 지낸 이모씨는 정 부회장과 동생 해승씨의 녹취록에서 서울PMC 회삿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박스로 정 부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한 최측근 인사다. 현대카드 내에서는 그를 '정태영의 집사'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용문장학회의 실제 사무실이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서울PMC와 같은 건물에 있고, 장학회 담당 직원 역시 이 회사의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 등기에 나와 있는 경기 안성시의 장학회 주소는 취재팀 확인 결과 장학회와 무관한 한약방 건물이었다. 한약방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장학회 사무실은 이곳에 없고, 주소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newsall@etomato.com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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