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최근 벌어진 거액의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준법감시부서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동일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인사관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과거 나온 내부통제 강화 대책과 대동소이한데다 금융사의 자율적인 감독체계에 의존하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3일 은행권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거액의 금융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내놨다.
금감원은 올해 초 700억원대에 달하는 우리은행 횡령과 4조원대의 은행권 이상 외화거래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지난 7월부터 은행연합회, 국내은행과 함께 금융사고 예방 및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내부통제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번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핵심은 △내부통제 인프라 혁신 △주요 사고예방 조치 세부 운영기준 마련 △사고 취약 업무프로세스 고도화 △내부통제 일상화 등이다.
금감원은 우선 준법 감시부서 인력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최소기준을 설정해 202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혁신방안에 따르면 은행 준법 감시부서의 전문인력은 지난 3월 말 560명에서 2027년 말 907명으로 79.8%가 증가한다.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는 지난 3월 말 6043명에서 2025년 말 3199명으로 47.1%가 감소한다.
은행 준법 감시부서 인력은 총 임직원의 0.8%를 채우고 최소 15명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은행 직원 중 준법 감시부서 인력의 비중은 0.52%에 불과했다. 은행 준법 감시부서 인력 중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인력 비중을 20% 이상으로 채우기로 했다. 준법감시인의 자격요건도 관련 업무에 2년 이상 종사 경력을 추가해 2025년부터 선임 시 적용하기로 했다.
2025년 말부터 장기근무자 비율도 제한해 장기근무자는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하기로 했다.
장기근무자에 대한 인사관리 기준도 강화해 승인권자를 기존 부서장에서 인사 담당 임원으로 상향했다. 장기 근무 승인 시 채무 및 투자현황 확인 등 사고위험 통제 가능성을 심사하도록 했다. 장기근무 승인은 매년 심사하며 최대 2회까지만 가능하다.
명령 휴가 대상자를 영업점 직무 위주의 위험 직무자에서 본점 직무까지 확대하고 동일 부서 장기근무자, 동일 직무 2년 이상 근무자도 포함하기로 했다.
위험 직무자와 장기근무자는 최소 연 1회의 강제 명령 휴가를 의무화하고 준법 감시부서는 매년 명령 휴가 실시 현황을 평가해 내부통제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거액 자금 및 관리가 수반되는 직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분리하고 직무 분리 대상 직무와 담당 직원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내부고발자 보호 조치도 마련했다. 금감원은 내부고발의 익명성 강화를 위해 실명 신고 원칙 문구를 삭제하고 사고금액 3억원 이상 금전 사고에 대해선 내부고발 의무의 위반 여부 조사를 의무화하고 제재하기로 했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단 공동자금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적정성을 정기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도입된다. 공동자금관리 금융기관은 정기적으로 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해 입출금과 잔액 내역을 운영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자금인출 시스템도 연계화해 결재 단계별 확인을 의무화하고 단계별 핵심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자금 이체가 제한되도록 운영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올해 말까지 은행권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모범규준에 반영하고, 은행들은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3월 말까지 내규를 개정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감원은 내년 2분기에 은행들의 이행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은행권 금융사고 검사 및 상시 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혁신방안이 최소주의와 형식주의에서 탈피해 내부통제 문화 조성과 인식 전환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혁신방안이 은행 내규개정을 통한 자율적인 내부통제에 의존하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진 관리책임, 내부통제 준수의무 강화와 같은 내용은 법규 개정 등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금감원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 내규가 원론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취지대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내용으로 반영됐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