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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0세기 소녀’ 김유정 “극중 내 미래, 효주 언니라 행복했다”
“내가 태어난 해 일어난 극중 설정, 전부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노력했다”
입력 : 2022-11-02 오전 12:05: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몇 줄 요약된 이 영화의 스토리, 정말 ‘뻔할 뻔’의 얘기다. 당신이 상상하고 또 머릿속으로 그리는 그 얘기. 딱 그 흐름대로 흘러간다. 맞다. 그런 얘기다. 그래서 이 얘기는 사실 볼 필요도 없을 수준이다. 하지만 이 얘기를 그대로 담아낸 이 영화, OTT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상당한 인기다. 국내에서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인기에서 순위가 꽤 높다. 이미 K콘텐츠가 대세이자 화제의 중심인 마당에 그 힘을 받은 인기일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글로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인기 원동력을 찾자면 단연코 이 영화의 주인공 김유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하지만 뻔하고 또 뻔한 얘기가 김유정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다. 제목 속에 이 영화의 해답과 스포일러가 거의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알게 된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이군’이라며 빙긋 웃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빙긋’이다. 내가 상상한 그대로 흘러간다면 ‘아쉬움’이나 ‘화’가 나야 된다. 그런데 ‘20세기 소녀’는 나도 모르는 빙긋한 웃음이 입가에 머금어 지게 된다. 그건 순전히 김유정 때문이다. ‘20세기 소녀’가 곧 김유정이다.
 
배우 김유정. 사진=넷플릭스
 
이제 김유정을 아역 배우라고 부르는 팬들은 거의 없다. 아역으로 출발했지만 성공적인 성인 연기자 전환을 일궈냈다. 그의 매력은 익히 설명할 필요가 없이 예쁘장한 외모와 함께 그 외모에서 풍겨지는 장르적 매력이다. 순정 만화 속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듯한 그의 얼굴 생김새 그리고 그 생김새에 걸맞는 아기자기한 연기는 ‘20세기 소녀’를 만들어 내는 가장 완벽한 정서적 조합이었다. 그런 김유정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20세기 소녀’ 리뷰는 이런 글귀였다고.
 
“뭐 다양하게 많은 의견을 올려 주시더라고요. 근데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관람평을 꼽자면 색감과 감성이 좋았다는 평이 제일 그래도 기억에 넘어요. 그런 점 때문에 저도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네 명의 인물들이 각각 관계가 다르게 엮여 있잖아요. 그것도 저를 흥미롭게 하는 지점이었어요. 보신 분들이 제 눈에 보였던 걸 함께 느끼고 보셨다고 하니 더 없이 기분이 좋고 뿌듯하죠.”
 
배우 김유정. 사진=넷플릭스
 
‘20세기 소녀’는 김유정에겐 어떤 면에선 생소하다 못해 생경한 지점으로만 가득 차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 1999년이 배경이다. 그런데 김유정이 바로 1999년생이다. 자신이 태어난 해, 그 해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김유정은 상상만으로 그 시절의 감성을 이끌어 내야 했다. 그 시절을 느낄 수 있는 극중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 솔직히 김유정은 깊은 공감을 하진 못했다고 웃었다.
 
“제가 태어난 해에 일어난 여러 소소한 그 시절 또래들의 일을 제가 이해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그걸 이해하기도 힘들고 하하하. 다만 1999년이니 밀레니엄 직전에 담긴 감성 그리고 그 시절의 아날로그에 대해선 머릿속으로 많이 그려봤죠. 개인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해서 감성적으론 많이 끌리고 녹아 들 수 있었어요. 어려운 부분이 없진 않았는데 그게 작업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니었어요. 의외로 재미있었어요.”
 
배우 김유정. 사진=넷플릭스
 
김유정의 관심을 끌고 흥미를 돋구는 요소들은 1999년 속 시대적 배경이 되는 소품들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비디오 대여점, 필름 카메라 그리고 플로피 디스크 등이 그랬다.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겐 생소하다 못해 TV나 책 또는 박물관에서나 봤음직한 것들이다. 지금은 필수품이 된 휴대폰 이전 무선 호출기 ‘삐삐’도 ‘20세기 소녀’에는 등장한다. 모두가 김유정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말씀하신 것 대부분을 처음 봤어요(웃음). 물론 들어는 봤는데 실물로 본 것은 진짜 처음이에요. 극중 우리 집으로 나온 ‘보라 비디오대여점’도 너무 신기했죠. 저도 비디오테이프 세대가 아니라 신기했어요. 그나마 극중 나온 소재 중에 제가 경험해 본 건 ‘공중전화’ 정도(웃음) 지금도 아주 간혹 있잖아요 하하하. 뭐 제가 아날로그 빈티지 이런 걸 좋아해서 되게 익숙하고 즐거웠어요.”
 
배우 김유정. 사진=넷플릭스
 
‘20세기 소녀’는 1999년 소녀 ‘보라’가 절친의 첫사랑을 조사하는 과정을 그려 나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시대적 배경이 무의미해 지금의 감성으로도 충분히 읽혀지는 사건들이다. 물론 에피소드의 감성은 소녀적 시선이 더 강하다. 흡사 순정 만화를 보는 듯 오글거리고 또 얼굴에 홍조가 띠게 만들어지는 장면들도 꽤 많다. 김유정이 꼽는 극중 최고의 에피소드는 이 장면이었다. 또한 아직 연애에 대해선 ‘없음’이지만 1999년의 보라 그리고 2022년의 김유정이 생각하는 연애의 차이도 전했다.
 
“우선 제일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방송반 동아리였어요. 실제로 제일 친한 친구 두 명이 방송반이었어요. 그때 그게 너무 부러웠는데 작품에서나마 경험해 봐서 기분 좋았죠. 그리고 연애요(웃음) 글쎄요 제가 또래보다 바쁘게 살다 보니 제 또래들이 겪는 걸 경험해 보지 못하는 게 많아요. 굳이 그 시절과 지금의 연애 감성 차이를 말한다면 소통의 차이 같아요. 그땐 아날로그라 서로에게 오해도 많이 하잖아요.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든 오해를 할 만한 가능성이 적은 시대가 된 것 같아요.”
 
배우 김유정. 사진=넷플릭스
 
‘20세기 소녀’는 특이하게도 김유정이 연기한 ‘보라’ 역에 2인 1역 캐스팅이 됐다. 학창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는 김유정이 연기한다. 극 전체의 대부분을 김유정이 끌어간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에선 ‘보라’를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 성인이 된 이후의 ‘보라’는 배우 한효주가 특별출연 형식으로 등장했다.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보라’는 2인 1역 캐스팅이 원칙이었다고. 1999년생 김유정이 성인 이후의 ‘보라’를 연기해도 큰 무리가 없었을 듯 했는데 말이다.
 
“우선 효주 언니 아역을 제가 이번까지 포함해 두 번째입니다(웃음). 예전에 MBC 사극 ‘동이’에서 했고 이번이 두 번째 죠. 되게 깊은 인연 아닐까 싶었어요 하하하. 언니가 흔쾌히 출연해 주신다고 하셔서 다행이라 여겼죠. 제가 성인이 된 이후의 ‘보라’를 연기하는 것도 어떨까 싶은 의견도 실제로 있었는데 전 지금 버전이 훨씬 좋아요. 효주 언니가 너무 아름다우시고, 제 미래라고 생각하니 저도 너무 기분이 좋아요 하하하.”
 
배우 김유정. 사진=넷플릭스
 
‘20세기 소녀’의 결말은 예상 가능한 지점일 수도 있고, 뜻밖의 결말일 수도 있는 반전이 존재한다. 그 반전 때문에 학창 시절의 ‘보라’ 그리고 성인 이후의 ‘보라’가 느끼는 감성이 구분이 된다. 그런데 혹시 이런 가정도 들었다. 만약 1999년 그 시절의 ‘보라’가 자신의 사랑, 그 결말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말이다. 사랑의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사랑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것도 없을 듯하지만 말이다.
 
“생각만 해도 너무 고통스럽게 아플 거 같아요. 지금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어요. 전 지금 제 나이 대 정도의 ‘보라’를 표현했고, 질문해 주신 그 감정은 효주 언니가 표현한 ‘보라’가 맡았는데. 제가 아무리 고민하고 연기를 했어도 답을 찾긴 힘들었을 듯해요. 그래서 ‘보라’가 성인 이후 배역에 효주 언니가 캐스팅된 거라 생각하고요. 제가 모든 걸 했다면 이 작품의 감성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됐을까 싶어요. 힘들었을 거라 봐요. 지금 생각해도 언니의 존재가 너무 감사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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