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금융위원회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의 기업어음(CP)을 사주는 등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증권금융을 통해 '3조원+α', 산업은행을 통해 '2조원+α'의 자금이 공급될 전망이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26일 열린 증권사 CFO 간담회에서 증권업계와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상황을 점검한 뒤 산업은행과 증권금융을 통한 '5조+α' 규모의 증권사 유동성 프로그램을 즉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증권금융은 지난 25일 금융위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해당 방안을 확정했다.
증권금융은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환매조건부채권(RP), 증권담보대출 두가지 방식으로 3조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날부터 즉시 300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이번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에선 매입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RP는 국공채와 통안채, 은행채 외에도 AA이상 등급의 회사채를 신규 허용한다. 증담대는 기존 RP담보, 상장주식 외에 회사채(AA이상), 기업어음(CP, A1이상),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예금형), 증금채를 신규 허용한다. 금리는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 가수요를 차단한다. 기간은 14일, 증담대의 경우엔 1개월도 가능하며 차환도 가능하다.
아울러 현재 25조원 내외로 공급 중인 기존 RP·증담대, 일일 할인어음 매입도 지속적으로 공급해 금투사들의 원활한 단기자금 확보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중 우선 2조원을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한다. 가동은 27일부터로, 증권사 신청을 받은 뒤 우선순위 등 심사를 거쳐 순차 지원할 예정이다.
예외적으로 금융사 대상 CP까지 매입 대상을 확대하는 만큼 증권사 자구노력 등을 전제로 자금이 지원된다.
금융위는 업계 자체의 시장 정상화 노력도 강조했다. 공적 지원 프로그램의 본격 가동과 더불어 증권업계도 담보가 우량한 ABCP나 정상 CP는 최대한 자본시장 내에서 흡수해달라는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과 관련해선 당국 차원에서 증권사들에 요청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회의 시작 전 기자들에게 "증권사에 1000억원씩 내서1조원 패키지를 만들라 한 것은 아니"라며 "ABCP 같은 우량자산은 시장에서 소화해줘야 정부지원 패키지와 같이 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힘 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금융업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사들은 지난 24일 중소형사들의 ABCP 매입을 위한 제2의 채안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