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푸르밀 본사 전경. 푸르밀은 오는 11월 30일을 끝으로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 푸르밀은 1978년 롯데유업으로 출발했으며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했다. (사진=유승호 기자)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푸르밀에 몸담아왔던 전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푸르밀 일반직, 기능직 전 사원 등 370여명은 정리해고 대상이 됐다.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오너 일가의 사업 종료 통보에 직원들의 표정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해 있는 푸르밀 본사를 찾았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점심시간 식사를 하러 나오는 직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심경을 묻는 질문엔 그 누구하나 한숨을 쉬지 않은 적이 없었다.
푸르밀 본사 앞에서 만난 직원 A씨는 “답답하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직원들도 월급을 덜 받아가며 고통을 분담하며 감내해왔는데 갑자기 회사가 문 닫는다니까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직원들은 부당해고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첫 직장인데 안타깝다. 문 닫을 때까지 유통점, 대리점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한다”고 했다.
실제로 푸르밀에 따르면 부서장들은 30%씩 기본급을 줄였고 직원들은 소정근로시간을 1시간씩 단축해 임금을 반납하는 등 경영난으로 인한 고통 분담을 해왔다.
간부급 B씨는 “제 밥그릇도 문제지만 같은 부서의 후배 직원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면서 “내년 봄은 돼야 이직, 채용시장이 열릴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푸르밀 본사 입구. (사진=유승호 기자)
젊은 청년 직원들의 걱정도 매우 컸다. 청년 C씨는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됐는데 아쉽고 씁쓸하다”면서 “겨울이라서 채용 시장도 많이 안 열리는데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청년 D씨는 “갑자기 구직 걱정을 하게 됐다”면서 “한 달 전에 갑자기 정리해고 대상이라고 통보한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회사의 소통 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직원도 있었다. 푸르밀 직원 E씨는 “(오너일가가)회사를 접을 계획이었으면 대외적인 것도 좀 고려해서 거래처 등에 직원들이 미리 좀 양해를 구할 수 있도록 했어야했다”면서 “또 직원들 동의도 받고, 회사를 마지막까지 정리할 최소 인원은 몇 명 남아야하고 이런 것들을 한번 논의한 상태에서 통보했어야하는데 절차상 제대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회사 경영난을 사업 정리 이유로 들어놓고 신준호 회장이 거액의 퇴직금을 챙긴 것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월 신 회장은 퇴직금으로 3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푸르밀 직원 F씨는 “회사가 어렵다고 직원들은 다 나가라고 하고 오너 일가는 퇴직금 30억원을 챙기는 게 말이 되냐”면서 “직원들은 회사가 적자라는 이유로 월급도 반납해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푸르밀 본사 전경. 푸르밀은 오는 11월 30일을 끝으로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 푸르밀은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 등 수년째 적자 수렁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사진=유승호 기자)
푸르밀은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 등 지속적으로 적자를 냈다. 유제품만을 팔아오던 푸르밀이 유가공사업 외에 수익을 창출할만한 신규 사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는 게 푸르밀 노조의 지적이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변화하지 않고 다른 회사처럼 대체 먹거리를 개발하거나 소비자 트렌드를 그때그때 캐치해서 변화를 줘야한다고 노조에서 그렇게 얘기했는데 말을 아예 안 듣고 있다가 결국 이렇게 된 것”이라며 “저런 사람들(오너일가)이 회사를 운영했다는 것 자체가 결국 (사업정리를) 예고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를 운영하기 힘들어서 직원을 자른다고 하는 판에 자기(신준호 회장)는 수십억원의 퇴직금 받고 먼저 발을 뺏다”며 “그러고도 양심 없이 출근해서 정리해고를 지시하며 ‘다 잘라라’ 그러는 게 인간이냐”고 분노했다.
향후 노조의 대응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상급단체의 모든 도움을 받아서라도 강력한 투쟁으로 끝장을 볼 것”이라고 답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