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출신 록 밴드 스타크롤러.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프레디 머큐리처럼 한 손을 높이 치켜들 때, 무대 아래는 광란의 현장이 된다.
다양한 개성의 음악과 스타일의 세계들이 머릿속을 수놓는다. 블랙사바스의 지저분한 프로그레시브 메탈적인 기타 리프 덩어리와 에이브릴 라빈의 90년대 팝 펑크 멜로디,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 같은 괴기한 음울....
최근 3년 만에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강원도 철원 고석정 일대·10월1~2일)로 첫 내한한 미국 록 밴드 스타크롤러 멤버들, 애로우 드 와일드(보컬), 헨리 캐쉬(기타), 팀 프란코(베이스), 세스 캐롤리나(드럼), 빌 캐쉬(페달 스틸 기타)을 한국 매체 단독으로 인터뷰 했다. 크램스의 명반 'Look Mom No Head!'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서도 1시간 가량 한결 차분한 어조와 순수한 눈빛의 이율배반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내전 사태와 팬데믹으로 인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화합과 평화를 외치는 이들의 음악과 메시지는 공허하지 않다.
"평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폭력이 덜한 세상을 바라는 것입니다. 지금 지구상 어딘가에선 군인들이 국경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희생되고 있죠. 저희 음악과 공연이 어지러운 세상의 돌파구가 됐으면 해요."(애로우 드 와일드, 헨리 캐쉬)
최근 3년 만에 열린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강원도 철원 고석정 일대·10월1~2일)로 첫 내한한 미국 록 밴드 스타크롤러 멤버들. 사진=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 사무국
예술학교를 다니던 애로우와 헨리가 처음 팀을 구상했고, 2015년 나머지 멤버들이 들어오면서 지금의 진영이 갖춰졌다. 2018년 셀프타이틀 데뷔작('Starcrawler')을 시작으로 총 3개의 정규 음반을 냈다.
이들 모두 로스앤젤레스(LA) 출신으로, 대표곡 몇몇의 팝 펑크 멜로디는 밝은 햇살이 가볍고 산뜻한 LA 햇살을 연상시킨다. 데뷔작 타이틀 곡은 제목부터가 'I LOVE LA'다.
"용광로처럼 다양한 인종이 모인 도시가 LA거든요. 밝은 멜로디 속에서도 우리의 어둡고 음울한 면이 있는데, 그건 LA 다운타운 내 수많은 메탈과 팝펑크 신의 영향일 거예요. 80년대 미국 팝 펑크 밴드 'X'로부터 특히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애로우 드 와일드)
멤버 전원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지만,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 블랙 사바스의 70년대부터, 더스투지스, 섹스피스톨스, T.REX, 그리고 최근 Z세대 사이 각광받는 아일리시처럼 음울한 선율과 침울한 스타일링까지 커버한다.
"너바나의 울적한 마이너 코드 진행부터 라몬즈와 크램스, 런어웨이즈, L7로부터 받은 영향도 빼놓을 수 없어요. 에이브릴 라빈은 당연히 듣고 자랐고요. 우리 음악을 팝이든 록이든 모던하게 받아들여 준다면 좋겠어요."(애로우 드 와일드, 헨리 캐쉬)
최근 3년 만에 열린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강원도 철원 고석정 일대·10월1~2일)로 첫 내한한 미국 록 밴드 스타크롤러, 리더이자 메인보컬 애로우 드 와일드. 사진=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 사무국
올해 9월 발표한 새 정규 음반 ‘She Said’는 동시대 청춘들과의 절망 속 연대다.
화자는 수록곡명 'Broken Angels(날개 부러진 천사)'처럼 고단하다. 좌절과 이별, 아픔, 탈주의 서사들이 분홍 장미의 가시만큼이나 날 서 있다. 음반 커버와 스타일링을 핑크로 도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형의 집 같은 것이죠. 외관은 아름답지만 내부는 아름답지 않을 수 있는."(헨리 캐쉬)
"삶의 밑바닥까지 가보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어떨 때는 마음의 정화와 평화를 이끌잖아요. 그것을 핑크에 함축해봤습니다. 치유의 색. 결국은 제 이야기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도 감정의 해소가 되길 바랍니다."(애로우 드 와일드)
반 헤일런이 녹음 스튜디오로 썼던 LA 소재 '선셋 사운드'에서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을 해결했다. 헨리는 "잭 화이트, 지미 페이지, 데스 캡 포 큐티 같은 음악가들의 기타 장인 랜디 팟슨스로부터 내부 페달이 장착된 3현 기타를 직접 선물 받아, 이번 음반 제작에 활용했다"고 했다.
이들의 공연은 즉흥적인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어떨 땐 레이디 가가의 연출만큼 괴기하다. 2018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공연 도중 객석으로 뛰어 들고, 입에서 피가 흐르는 듯한 퍼포먼스로도 LA 현지 음악신에서 주목받았다.
최근 3년 만에 열린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강원도 철원 고석정 일대·10월1~2일). 사진=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 사무국
이런 이들이 DMZ 무대에 섰으니 객석이 요동친 것은 당연한 일이다. DMZ는 그간 섹스 피스톨즈의 글렌 메트록(2018년),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존케일(2019) 같은 즉흥과 전위, 실험과 파격의 무대를 실연하고 '국내에서 가장 잘 노는 관객들'이 몰려드는 손꼽히는 페스티벌이다.
이날 스타크롤러는 한국 관객 중 한 명을 무대로 초청해 급작스레 기타를 들려주고 즉석 합동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KISS 같은 미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들이 이미 거쳐갔던 퍼포먼스들을 우리 식으로 변주하는 셈이죠. 공연이란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괴짜'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욱 더 사회 속의 괴짜들이 모여 공감대를 나눴으면 합니다."(애로우 드 와일드)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여행지로 비유해달라는 요청에 "계속 움직이는 공간"이나 "숨 쉴 수 있는 공기 같은 것"이라 했다. 투어 방문 국가의 문화를 흡수해 새로운 음악과 공연을 계속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 했다.
"한국형 로커빌리 스타일부터 고스족, 한복 같은 특이한 복장을 한 한국 관객들에 매료됐습니다. 다음날 곧장 삼청동으로 향했고 수많은 한복들의 색감에 반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 한국으로 돌아올게요!"(애로우 드 와일드, 헨리 캐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