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일주일 만에 출석한 국정감상에서 야당 의원들의 맹폭에 진땀을 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 위원장에게 감사원의 이른바 '코레일 리스트'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지를 집중 질의했다. 고 위원장은 확답은 보류한 채 "정확한 상황 파악을 우선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14일 진행한 개인정보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원의 '코레일 리스트'가 뜨거운 감자였다. 앞서 감사원이 코레일과 SR에 공공기관 재직자 7131명의 직전 5년간 열차 탑승내역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코레일 등이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이외에 열차 탑승 일자와 출발·도착 장소, 시각, 열차명 등 상세한 사적 정보가 담겨있는 데다, 공직자 임기 이전 민간인 시절의 정보까지 과도하게 수집됐다는 것이 주된 쟁점이다. 감사원은 코레일 외에 한국도로공사, 국세청, 질병관리청 등에도 개인정보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과 관련 기관장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황운하, 강병원, 김한규, 민병덕 의원 등은 고 위원장에게 감사원의 행위가 적법했는지를 따져물었다. 고 위원장은 "감사원 하위법령에 신원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보다 감사원법의 해석이 우선시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의원들이 "감사원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고 위원장은 "내부 검토를 해보겠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겠다"만 수차례 언급했다.
고 위원장의 모호한 답변에 의원들은 질타의 수위를 높였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 파악이 완전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소신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인지, 개인정보 활용촉진위원장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고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관제탑이 돼야 하는데 전망대 역할에만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원들의 고성이 계속되자 백혜련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개인정보위 차원의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오후 질의가 시작되고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의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함과 함께 "감사원에서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떤 목적으로 감사를 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판단이 어렵다"며 "민간인 신분이었을 때의 내역을 알 필요가 없음을 인지하고도 요청을 했으면 문제가 있다"고 다소 전향된 답변을 했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은 "개인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상식을 묻는 것"이라며 만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고 위원장에게는 개인정보위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메타와의 이해충돌 우려에 관한 질의도 이어졌다. 과거 고 위원장이 페이스북의 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경력과 서울대학교 교수 재직시절 메타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던 이력 등을 지적한 것이다. 고 위원장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학교에 있을 때 지원을 받은 것은 개인이 아닌 학교에 낸 것"이라며 "특정 사안이 아닌 독립적 연구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윤리에 관한 영역을 다룬 연구였을 뿐 개인정보에 관한 내용은 전혀 아니었다"고도 언급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