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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수 심장' TK가 흔들린다…"윤석열도, 이준석도 싫다"
"윤석열, 단디 하는 게 없다", "이준석, 옳은 말도 싸가지 없이 해"
입력 : 2022-09-12 오후 2:10:56
[대구·경북=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잘해보겠다 해서 뽑았더니만, 저거끼리 싸워가꼬 고마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아잉교."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사람 쓰는 것이나 김건희 문제도 그렇고, 단디하는 게 없다 아입니까. 초짜 티만 내고. 이준석은 참…옳은 말도 싸가지 없이 하니 누가 옆에 있을라 하겠습니까."
 
추석 연휴 기간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만난 김모씨(50대)와 홍모씨(50대·여) 부부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대통령과 당대표에 대해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운영이 불안하고, 이준석 대표는 장외에서 대통령과 당을 비토하기에 바쁘다는 지적이자 불만이었다.
 
이는 비단 김씨 부부의 생각만은 아니었다. <뉴스토마토>가 연휴 기간 대구와 경북에서 만난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싸잡아 비판했다. 불과 6개월 전 "우야든지 정권을 바까야 나라가 삽니데이"라면서 정권교체를 갈망하던 모습과는 결이 확연히 달랐다. 계속된 내홍으로 보수의 심장부이자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TK)의 민심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대구광역시 지하철 3호선 서문시장역. (사진=뉴스토마토)
 
1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9월1주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2.6%로 나타났다. 태풍 '힌남노'에 대한 대응이 부각되면서 전주보다 0.3%포인트 오르며 하락세를 멈췄다. 권역별 집계를 보면 TK의 긍정평가는 40.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부정평가(53.4%)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지역별로는 TK가 흔들리면서 전통적 지지층이 붕괴됐다는 해석은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도 이를 의식, 지난달 26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려울 때도 대구 시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제가 기운 좀 받고 가겠습니다"라며 지지층 다독이기에 나섰다. 닷새 뒤인 31일에는 부산 항만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영남에 기댔다. 서문시장은 대구가 자랑하는 전통시장으로, 민심의 결집 장터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에게 광주 5·18 민주묘지가 성지라면 보수정당에겐 서문시장이 성지"라고까지 했다. 보수정당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서문시장을 찾아 지지층을 결집하고 지지를 읍소하는 전략을 써 국면 전환을 노렸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서문시장에서 만난 이모씨(60대)는 윤 대통령의 방문에 냉담한 반응이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서문시장도 왔다 카든데 상인들하고 국민의힘에서 불러모은 사람들 빼고 지 발로 거기 가서 환호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교. 민생이 엉망인데"라며 "치솟는 물가엔 손도 못 쓰는 양반이 시장 온다고 하면 뻔한 거 아니겠느교. 오죽하면 또 이용만 당한다고 수군대는 사람도 있었다니까요"라고 냉랭한 대구 민심을 전했다.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사진=뉴스토마토)
 
사실상 윤 대통령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며 대립 전선에 선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월 말부터 대구 인근 칠곡에 머물며 집필 활동과 장외 여론전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4일엔 중구 '김광석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광석씨의 대표곡인 '이등병의 편지'가 금지곡이었던 사연을 소개하면서 "저는 금지곡을 계속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또 대구를 향해 "죽비를 들어야 한다"며 지역정치에 기대는 국민의힘에 대한 철퇴를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바로 이곳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탄핵의 강'을 건너려 했던 것이 상기됐다. 
 
다만 시민들은 이 대표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만난 배모씨(30대·여)는 "윤 대통령이나 여당이 너무 못하니까 대구에서도 불만이 많다"며 "'대구가 바뀌어야 한다'는 소리가 5년 전부터 많았는데 이 대표 말처럼 이제 안 바뀌면 국민의힘이 크게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박모씨(30대)는 "저렇게 소란을 피워대는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면서 "정치가 빨리 안정돼서 민생이 좀 나아져야지, 저렇게 싸우기만 하면 이 대표야 '반짝'하겠지만 점점 파장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최모씨(60대)가 말한 대구의 전략적 선택론은 의미심장했다. 그는 "대통령이나 이준석이나 대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라면서 "대구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니까 이준석을 당대표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거다. 총선과 대선에서 진다고 해봐라. 누구든 여기서 발 붙일 수 있을 것 같나"라고 했다. 보수정당을 지지하지만 대표 인물은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다는 얘기였다. 

대구·경북=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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