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내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항공안전감독관 전원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출신으로 확인됐다. 항공안전감독관은 기내 조종실과 객실, 공항 등을 점검하고 항공사 운영실태와 안전·위험도 등을 특별점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특정 항공사 출신들이 항공안전감독관을 독식함에 따라 항공안전 관리·감독 업무가 특정 항공사의 편의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7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감독관은 28명이다. 정원은 30명이지만, 2명은 신규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28명의 출신과 경력을 확인한 결과 15명은 대한항공에서 일한 이력이 있었고, 13명은 아시아나항공 출신으로 나타났다. 항공안전감독관 전원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출신인 것.
7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항공안전감독관은 28명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은 15명, 아시아나항공 경력자는 1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항공안전감독관은 항공기와 공항의 안전 실태에 대해 종합적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한다. 항공법 115조 2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항공기 안전운항을 확보하기 위해 운항증명을 받은 국내항공운송사업자 또는 국제항공운송사업자가 안전운항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지 여부를 정기 또는 수시로 검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토부는 항공안전감독관 업무에 대해 "분야별 점검표를 사용해 연중 상시로 비행 중 조종실·객실 점검과 공항 점검 등을 실시하며, 상시점검 결과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확인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집중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항공사 운영실태와 추세 등을 분석, 종합적 점검이 필요할 경우 잠재 위험 점검과 안전도 취약항공사에 대한 특별점검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적사항이 발생한 경우 시정지시, 개선권고, 현장시정 등을 통해 안전점검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항공운송사업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유지하기 위해 분기별로 안전점검 결과회의를 개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항공안전감독관 전원이 특정 대형 항공사 출신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봐주기 점검에 관한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례로, 지난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켰을 당시 국토부가 꾸린 조사단 6명 중 2명은 대한항공 출신이었다. 또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회사로부터)국토부로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 '국토부의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 기장과 사무장이라, 조사라고 해 봐야 회사 측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게다가 한 감독관은 땅콩회항 사건 수사자료를 대한항공에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대기 중인 비행기 모습.(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면허를 받을 때도 대형 항공사들이 국토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면허 발급을 방해하지 않았느냐"면서 "국토부 항공운항 쪽과 대한항공이 긴밀하게 연결돼 각종 편의를 받는 건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안전감독관은 결국 대한항공 출신이 모두 독식할 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조건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 중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크다 보니까 민간 경력자 중에선 한 번이라도 대한항공에서 근무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그러다 보니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서 일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이 뽑힐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명한 뒤 "무조건 '대한항공 출신이 많다' 이렇게 문제 삼는 건 지나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항공안전감독관 채용·면접은 인사혁신처에서 진행하므로 국토부가 의도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에게 편의를 주려고 그곳 출신을 뽑는 게 아니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