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박해일과 박해일의 대결이다. 서로 다른 박해일 두 명이 2022년 극장가 여름 시장 쌍끌이 흥행을 이끌 전망이다.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과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이다. 두 편의 영화에서 박해일은 동일 배우란 짐작조차 들지 않을 정도의 연기 스펙트럼으로 극 자체의 몰입감과 완성도를 끌어 올린다. 특히 두 편의 영화 모두 ‘물’과 깊은 연관이 있단 점에서도 박해일과 물의 상관 관계를 풀어내는 흥미로운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위)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 (아래)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 사진=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먼저 지난 달 29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을 연기한다. 해준은 극중 사망자의 아내인 중국 여인 ‘서래’(탕웨이)에게 묘한 관심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 관심은 극중에서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된다. 의심으로 시작해서 호기심이 되고 이어 관심이 된 감정은 결국 사랑으로 볼 수 있는 교감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런 과정은 극중 ‘해준’을 연기한 박해일의 깊은 심리 묘사로 인해 관객들의 공감 지수를 더욱 끌어 올렸다.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감독의 디렉션을 무색하게 만드는 박해일의 시선처리와 호흡이 보는 관객들의 심리 마저 뒤흔들어 버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다소 경직될 정도의 전체적인 영화 톤은 개봉 초기 흥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며 관객 몰이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른바 ‘헤어질 결심’ 팬덤 현상이 깊어지면서 개봉 3주차 이후부터 N차 관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흥행 역주행을 펼치며 최근 손익분기점까지 넘어서는 저력을 선보였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외계+인’ 등 굵직한 대작들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관객 동원력을 유지하며 탄탄한 뒷심을 발휘한 것은 오롯이 박해일의 연기력과 존재감에서 찾아야 한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은은하면서도 미묘하게 상대방에게 스며드는 감정을 단계별로 짚어낸 박해일의 연기는 오롯이 ‘해준’ 그 자체로서의 설득력을 갖게 했단 평가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은 더욱 더 박해일의 연기 스펙트럼 한계를 넘어선 배역이란 평가를 이끌어 낼 듯하다. ‘헤어질 결심’에서 극단적으로 소심한 듯한 모습까지 드리워낸 한 남자의 속내를 표현한 그는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이순신 장군’을 누구보다 온전히 그리고 완벽하게 만들어 냈다.
이른바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 속 두 번째 이순신 장군으로 낙점 된 그는 전작 ‘명량’의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과는 완벽하게 다른 이순신 장군을 선보인다. ‘명량’의 이순신 장군이 용맹한 ‘용장’의 모습이었다면, ‘한산: 용의 출현’ 속 이순신 장군은 붓과 칼 두 가지가 모두 잘 어울리는 지략가의 면모를 가득 채운 ‘지장’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소환한다.
별다른 대사도 없이 한산대첩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고민과 고뇌를 스크린 밖 관객들에게 온전하게 전하는 박해일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못해 압도적인 포스로 전달될 정도다. 영화 마지막 거북선의 출정 장면과 전투 투입 그리고 전 세계 해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해상 포위섬멸전으로 불린 ‘학익진’에서의 이순신 장군의 존재감은 박해일을 통해 투영되면서 반만년 역사의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최고의 하이라이트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다.
6월과 7월 그리고 8월로 이어지는 극장가 여름 흥행 대전의 중심에 ‘박해일’이 존재한단 사실. 올 여름 성수기 흥행 시장의 가장 완벽한 ‘킬링’ 코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